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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다운 회의 - 쓸데없는 회의를 거부하는 요즘 직장인의 회의문화
홍국주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2년 4월
평점 :
아직까지 정식으로 회사에 몸을 담은 적은 전무하여 실제 기업 회의라 함은 주변이나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게 전부지만, 대학 재학 시절 무수히 경험했던 팀 프로젝트와 다년간의 창업동아리 및 기타 대외활동 경험 등으로 비추어보건대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대개 독자적으로 결론짓고 처리한 업무가 회의 시간 내내 다수의 인원이 머리를 맞대고 죽인 시간의 결과물보다 퀄리티 면에서 훨씬 우수했고, 때문에 종종 회의의 효율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겨우 시간을 맞춰 1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회의는 늘 지난 회의부터 이번 회의까지 기간 동안 각자가 처리했던 업무 보고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회의 대표자는 다소 엄격한 표정을 띠고 더듬더듬 본인의 지난 과업을 설명하는 참가자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그다지 성과가 좋지 않았던 참가자에게는 대놓고 눈총을 주고 반성을 하게 만들곤 했다. 개인의 업무 보고가 끝나면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 수 가지의 의제를 동시에 늘어놓고 대표자는 이 의제들에 대해 의견을 달라며 구성원들을 압박하고 겨우 의견을 내면 해당 의견이 채택될 수 없는 이유를 열거하며 무안을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회의는 거의 항상 예정된 진행 시간보다 훨씬 지연되었으며, 사실상 내놓았던 의제들 중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답을 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다음 회의까지 고민해보라는 말로 끝맺음되었다. 내가 그동안 겪어온 대다수의 회의 패턴은 늘 이랬다.
실로 이러한 비생산적 회의만을 경험해온 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지인 및 선배들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엿보았던 그 모든 회의의 모습은 언제나 비슷했다. 그래서 회의는 당연히 지루하고 딱딱한 것이려니 그렇게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해당 도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사람이 평생 동안 회의에 들이는 시간을 평균 내면 무려 전체 노동 시간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직장인 중 71%는 회의는 비생산적인 활동이라며, 회의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상장 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경우 해마다 무려 44만 시간을 불필요한 회의로 낭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수치적으로 살피니 훨씬 더 와닿아 굉장히 충격이 컸다. 오로지 생산적인 활동에 전력을 쏟아도 부족할 회사 업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이 이렇게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나 역시 그동안 버려온 시간이 무수하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더 이상 이런 비효율적 낭비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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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다운 회의>는 그간의 내가 경험한 회의가 구체적으로 왜 잘못된 회의였는지 날카롭게 꼬집는다. 또한 ‘진짜 회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안하며 제안에 대한 납득하기 쉬운 이유를 제시해 독자로 하여금 동의를 이끈다. 게다가 계속적으로 삽입된 시각자료들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즉각적 활용과 응용이 가능한 구체적 툴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하였다. 덕분에 스스로 지난 회의들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개선점에 대해 상세히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단 ‘좋은 회의’, ‘회의를 잘하는 방법’에 그친 것이 아닌 처세에 관한 교훈도 많이 담겨있어, 실생활의 사소한 습관부터도 적용하면 좋을 배움도 많이 얻었다.
앞서 말했듯이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 즉 ‘회의’라는 탈을 쓴 수직적 상하관계 하에 이루어지는 단순 보고’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의는 최적의 의사결정 도출을 통해 생산성(실적 그 이상의 의미) 향상 및 극대화에 기여해야 비로소 존재 의미가 있다. <회의다운 회의>를 통해 회의를 위한 회의가 아닌, 진정한 쓸모 있는 회의의 중요성과 방법을 학습한 만큼 훗날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회의다운 회의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플랜비디자인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