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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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글보다 솔직하게 풀어내어 절로 공감하게 만드는

따듯하고 잔잔하며, 현실적인 동시에 가장 이상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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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홈리스라는 처지 탓에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몰골로
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진실하고 온정 충만한 독고 씨,

그리고 무수한 이들의 외면을 받던 그를 향해 기꺼이 손길을 내민 진정한 교육자이자 성자인 염 여사.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시너지는, 날로 치열하고 삭막해지는 사회에 치여 (순박하고 온화하던) 본래적 성품을 심연 저 머나먼 곳에 묻은 채 애써 날카로움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어루만진다.

이는 비단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
소설 밖 독자들의 마음까지도 포괄한다.

읽는 내내 나 역시 울림을 받다 못해 간질거리는 마음에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으니.

큰 갈등이나 절정 없이 감동 가득 소소한 스토리로 구성돼
(물론 약간의 추리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긴 하다)
자극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되려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다가오는 평온함이 참 좋았다.

제목과는 상반되게 편안함 그 자체인 곳,
청파동 ‘ALWAYS’ 편의점.

불과 10여 페이지만에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비결을 깨달은,
잘 쓰인 작품이다.

한국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동시대인들에게 부지런하고 듬직히 편의점을 지키던 독고 씨를 소개하고 싶다.

*가장 가치 있는 무언가(이를테면 신뢰나 정직, 온정적 배려)를 지키고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던 소설

P.S. 전반적으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실적 교훈이 많이 담겨있고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독고 씨의 과거가 밝혀지는 결말 부근이 아쉽게 다가와 5점 만점을 줄 순 없었다. 극적인 효과를 주고 싶어 설정한 것이 느껴지는 사연과 직업, 가족관계 등이 좀 억지스러웠달까. 차라리 모호한 정체성의 사내로 남기되 그로 인해 변화해가는 청파동 주민들의 일화들을 계속 소개해주었다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독자가 계속해서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인경 작가의 대본 속 독고 씨의 모습만을 그리거나. 물론 자신의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정면으로 맞서려 하고, 용기내 본인의 삶을 찾으러가는 독고 씨의 모습에서 독자들이 얻는 것도 많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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