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읽기 - 날씨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 숨겨진 과학
사이먼 클라크 지음, 이주원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늘 읽기』는 과학 분야 중에서도 대기과학에 대한 교양서이다. 원서 제목은 『The Hidden Science of Weather, Climate Change, and the Air That Surrounds Us』인데 한국판 책에선 이 제목을 부제 ‘날씨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 숨겨진 과학’으로 두고 제목을 아예 새로 지었다. 역시 너무나 잘 지은 제목이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그 분야에 대해 쓴 글을 읽을 때 잘 읽히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스토리텔링에 실패해서라고 생각한다. 책에다가 정보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가 이해와 납득을 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하고, 적절한 비유도 넣어주어야 읽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대기과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좁은 (그러나 사실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방대한..) 분야에 대해서만 300쪽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해나가는데 관련한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내가 읽기에도 술술 읽을 만큼 스토리텔링이 좋고 재미있다. 동시에 대기를 '거인'이라고 칭하면서 시적인 표현을 자주 써서 어떤 문장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책은 주 카테고리가 대기과학(기상학)이라면 부 카테고리는 과학사라는 생각이 들 만큼 대기과학이 고대에서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가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온도계와 기압계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대기의 층위 구조가 어떻게 밝혀졌는지, 일기예보라는 개념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등등 대기를 둘러싼 과학적 발견의 계보를 재밌으면서도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큼직한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써가며 쉽게 설명하는 등 완급조절이 상당히 뛰어나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설명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역시, 모름지기 좋은 과학책은 읽다보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게 마련이다.


저자는 대기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매우 과학적으로 충실하게 접근을 하면서도, 동시에 근대 과학이 얼마나 자본주의의 역사와 맞물려서 서구의 남성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의 혜택을 받으며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진다. 이 책이 내게 매우 큰 호감으로 다가온 또다른 이유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서구권 남성의 시선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상학과 대기과학이라는 것이 서구권의 담론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책의 주요 내용이 서구권의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러한 점을 언급하고 언급하지 않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생각한다. 중간에 여성 과학자들이 얼마나 기상학의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별도로 언급하기도 한다.


연말에 이렇게 좋은 과학교양서를 읽게 되어 기쁘다. 책장에 두고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살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