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전쟁 -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미래경제를 지배할 5가지 금속의 지정학
어니스트 샤이더 지음,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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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우리는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로 바꾸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필수적인 5대 핵심 금속(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을 둘러싸고 새로운 국제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로이터의 베테랑 기자인 어니스트 샤이더는 이러한 '금속의 지정학'을 주제로 <광물 전쟁>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책은 미국과 중국의 광물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어떻게 국제사회가 광물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와 함께, 광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사실 조금 더 현장감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지만, 500쪽이 넘는 분량 중 많은 부분을 미국의 핵심 광업 기업들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서 무지한 나로서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야기, 그들이 첨예하게 다투는 세부적인 내용들이 기술적으로 느껴져서 읽기에 쉽지는 않았다. 책의 앞뒤에 등장하는 추천사도 모두 기업 관계자들이 썼던데, 관련 업계 관계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동향도 파악하고,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광물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전자기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광물들이 어떻게 채굴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 안에 들어오게 되는지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광물들이 얼마나 많은 자원과 노동을 착취하는지에 대해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광물자원을 채굴하고 가공, 사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는지이다.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 뒤에 숨겨진 이면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인류가 달성해야 하는 탄소중립 과제를 이행하려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그러한 전환 과정이 어마무시하게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딜레마를 뼈아프게 알 수 있었다.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책의 표지였다. 책 한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광물 표면이 특수코팅처리가 되어있어 질감이 까끌까끌해서, 책을 읽으며 손에 닿을 때마다 광석을 만지면서 읽고 있는 것과 같은, 약간의 4D 체험 효과를 주는 디테일이다.


아직 현재의 기술로는,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 책에 등장하는 금속들을 방대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거슬러서도 안될 흐름이다. 저자는 이 금속들이 초래할 엄청난 환경 문제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부분은 화석연료 또한 결코 무해하거나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화석연료 산업에는 노동 착취, 환경 파괴, 선주민과 지역사회 착취 문제가 켜켜이 얽혀 있으며, 어쩌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손끝에 느껴지는 까끌한 광물 표지를 쓰다듬으며, 나는 이 문제들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

오늘날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 재편성은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질문을 고심하게 합니다. 상동광산은 과거에 문을 닫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문을 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이 더 많은 프로젝트에 관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토론의 물꼬가 되길 바랍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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