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의 멤버 중 해금을 연주하는 음악인 김보미가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쓴 에세이다. 에세이를 읽는걸 좋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름의 책 선정 기준이 높기도 한데, 이 책은 락과 국악을 접목한 밴드인 잠비나이의 멤버가 썼다는 것 이외에도, 최근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이승윤이 추천사를 썼기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추천사는 과장되지 않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학창 시절 어떻게 국악을 처음 접하고 발을 들였는지부터 시작해서 밴드 잠비나이의 결성하게 된 계기, 그리고 잠비나이의 일원이자 해금 연주자로서 음악적 외연을 넓혀가면서 동시에 자신을 채워나가는 과정까지, 그야말로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몇 년 전 잠시 국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해금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해금이 어떤 악기인지, 얼마나 다루기가 까다로우며 해금 연주자는 어떤 노력을 들여 소리를 만들어나가는지도 어림짐작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음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고민과 정성은 그야말로 장인 정신 그 자체였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업으로는 삼지 못하고 취미로만 음악을 즐기는 나로서는 저자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대리만족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쉬이 감동하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차례 감동을 받았다. 특히 이 책을 잠비나이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기 때문인 점이 큰 듯 하다. 연주자가 쓴 글, 해금과 피리 소리, 거문고와 기타의 선율, 드럼의 비트가 뒤엉켜서 큰 감동을 만든다. 이 책은 무조건 잠비나이의 음악을 BGM 삼아서 읽어야 한다. 권유가 아니고 필수다. 잠비나이의 음악은 대부분 노랫말과 가사가 없기 때문에 배경음악으로 틀고 읽기에도 아주 좋다.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환경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 중에 지속가능한 공연에 대한 부분도 있어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필요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음악을 사랑하는지, 왜 음악 덕분에 미치지 않고 정신 멀쩡한 21세기의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인지, 왜 지출의 상당 부분을 문화예술에 할애하고 있는 건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