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딱 한 번, 개를 기른 적이 있었다.

툭하면 집 밖으로 나가길 좋아하고 목줄을 안 풀러주면 밤새 낑낑거려서 이웃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더랬다.

한 번은 아침 등굣길에 외박한 개(?)와 딱 마주쳤는데 이 녀석이 집에 안 가고 내 뒤를 쫓아오더니 결국 교실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그때 반 친구들 모두 기겁하고 도망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더랬다.

그렇게 말썽꾸러기였던 우리집 다롱이. 이젠 내 추억 속에서만 사는 그 녀석.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이별하게 되었을 땐 어찌나 충격이었는지 며칠을 펑펑 울었떤 기억이 난다. 그랬는데 이제는 기억도 많이 흐릿해진 듯하다.

 

이 책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를 본 순간 오랜만에 다롱이 생각이 났다.

학교에 따라 오고 집에서 도망가는 무쿠의 모습이 우리 다롱이와 너무 똑같아서 무척이나 반갑고, 신나고,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다롱이가 뛰어놀던 모습, 길에서 나를 보고 뛰어오던 모습,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다롱이를 쓰다듬으면서 말동무 삼아서 이야기하던 일 등등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은 집 안에서 기르고, 사료를 먹고 관리를 받는 반려견들이 더 많아진 것 같지만, 어릴 적만 해도 개는 모두 마당에 묶여서 남은 밥을 먹곤 했다. 종자는 전혀 알 길 없고, 검은 콧망울에 개 냄새 풀풀 풍기며 마당에 엎드려 자던 개들. 부르면 꼬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반응하고, 먹던 과자 던져주면 넙죽 받아 먹고 가끔 쓰다듬어주다보면 털 사이로 벼룩도 보이곤 하던.

 

이 책은 작가 타카기 나오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시대적 배경도 내 어릴 적과 비슷해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분명 작가와 무쿠의 이야기이지만 내 기억 속의 그 개도 떠올리고 말았다. 우연히 개를 주워 기르게 되고, 오랜 세월 가족처럼 지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까지. 어린 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낸 무쿠는 작가에게 단순한 개 이상의 존재였을 것이다.

 

무쿠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라 슬프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이란 생각이 들었다. 16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준 작가와 무쿠가 부러웠다. 무쿠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작가도 그랬을 거고. 우리 다롱이는 나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을까? 다롱이와의 즐거운 시간을 떠올리면서 흐뭇해지다가도,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에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진다. 다롱아, 그곳에선 행복하길. 다시 태어나서 좋은 주인과 더욱 즐거운 생을 살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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