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열국지 1~7 세트 - 전7권 - 무삭제판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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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그려진 만화 중에 지금도 현역으로 재출간되고 읽히는 작품이 몇이나 있을까. 일단 그것만으로도 고우영의 만화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

주나라의 멸망부터 진나라의 통일까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다루며 이야기 정리와 만화적 재미를 위해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주관이 지극히 깔려 있을 수밖에 없고, 연재 시점이 시점이다보니 지금에는 사용하지 않는 구어 표현이나 차별적 단어 등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장대한 역사를 다루면서 한 컷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만화의 재미는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았다. 익히 이름만 들어왔던 수천 년 전의 인물들의 고뇌, 욕망, 갈등, 슬픔 등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면서, 박제된 이름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느껴진다. 인물들의 이야기로 <열국지>가 완성되었듯이 개개인의 서사가 쌓이고 얽히면서 한 시대가 시작되고 닫히기도 하는 것이 역사일 것이다. <열국지>를 읽으며 역사란 계속 그 과정의 반복이었고, 수천 년이 지나도 의외로 인간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꼭 춘추전국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80년대 만화가 약간의 단어 표현, 의식의 차이만 빼면 지금도 조금의 위화감 없이 읽힌다는 것만 봐도 그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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