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가문
알렉산더 워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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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가문
내 삶에 영향을 끼친 남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두 명이 떠올랐는데 (이왕이면 세명 또는 다섯명이 구색이 맞을 듯하여 더 없나 생각해보았는데 두 명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중 한명이 비트겐슈타인이다. 내가 말하는 비트겐슈타인은 물론 슈퍼스타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비트겐슈타인 가정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유대인이어서 나치 때문에 곤경에 처했었다, 어마어마한 철강 재벌의 아들로서 클림트, 말러 등이 후원 받으러 그 집에 드나들면서 그림도 그려주고 연주도 해줬다 정도이다. 비트겐슈타인은 환생한 예수라는 칭호가 있을 정도로 학문적인 명성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신비스러움이 가득찬 사람이다보니 항상 궁금한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씩 비트겐슈타인으로 검색해서 신간을 구입하곤 하는데, 이 책도 그런 경로로 구입하게 된 듯 하다. (이 책은 사 놓고 좀 오래 지나서 읽게 되어서 잘 기억이 안나네)

사실 나의 주된 관심사! 호기심!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인데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 부모부터 형제들까지의 연대기가 정리되어 있다. 오히려 철학자로 비트겐슈타인이 전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비트겐슈타인 형제 남매가 9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9남매의 막둥이 정도의 비중으로 묘사될 뿐이다.

기대감이 크고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데다가 1, 2차 대전을 겪은 비트겐슈타인 형제들은 행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세명이나 자살을 했고, 살아남은 자들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으며 전쟁으로 인하여 더욱 피폐해진 듯하다. 그리고 형제들끼리도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였고 외롭고 이해받지 못하며 산 듯 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삶의 무게는 사람마다 비교적 공정하게 지워지는 것 같다. 예컨대, 비트겐슈타인 집안 사람들은 소위 “가문”이라 칭할만큼 대단한 배경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한 삶의 무게가 지워진 것도 같다. 비트겐슈타인 가문 사람들은 화려한 시절만큼이나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세월도 겪은 것 같다. 그런 무게를 어떻게 견디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깊이가 드러나는게 아닐까.
고통에 형제자매들이 어떻게 견디고 대항하였는지 다른 듯 하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사람도 있고 그냥 어찌어찌 시간을 흘러보낸 사람도 있고..

나의 영웅 비트겐슈타인은 어떻게 고통을 이겨냈나

“1919년 8월 말, 빈에 도착한 루드비히는 곧바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을 찾아가, 더 이상 돈을 원하지 않으며 재산 전액을 처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철학적으로 정신을 단련한 사람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다는 건 나무 궤짝을 열기 위해 정말 기계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말에 루드비히는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나는 닫힌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기 때문에, 밖에 얼마나 무섭게 폭풍우가 몰아치는재,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기울여야만 간신히 버티고 설 수 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지나가는 사람의 이상한 동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연상시키지’
자신의 재산을 모두 버리고 가르치는 직업을 시작하겠다는 루드비히의 결심 뒤에는 톨스토이의 영향이 있었다.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가 톨스토이는 50년 전 금욕적이고 겸허한 노역의 삶을 살기 위해 귀족이라는 신분을 버렸다...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 루드비히는 돈이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믿었고 형제들은 이미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판단하기에 더 이상 타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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