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소설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1
강신재 지음, 김미현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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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는 사랑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성장의 부작용에 관한 기록이다. 사람이 사랑을 배우는 순간, 동시에 상처의 언어도 함께 배운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알고 있다.

미림은 사랑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앎은 따뜻하지 않다. 감정의 진심이 세상의 논리와 부딪힐 때, 사랑은 언제나 패배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이 부서지면서도 계속 느끼고, 계속 믿는다. 이 소설의 진짜 온기는 바로 그 포기의 유예, 그 감정의 잔존에서 피어난다.

강신재의 문장은 감정의 파동을 억제한 채, 그 아래 흐르는 미세한 균열을 보여준다. 그 절제 속에서 우리는 이상하게 따뜻해진다. 이야기 속 사람들은 서로를 구원하지 못하지만, 서로의 불완전함을 바라본다. 그 바라봄이 이 소설의 전부다.

『젊은 느티나무』는 말한다. 사랑은 성장의 증거가 아니라, 성장의 흔적이라고. 누군가를 사랑한 사람은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그래서 이 소설은 젊음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젊음의 종언이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서늘함이 아니라, 오래된 햇빛 같은 감정이다. 견디는 법을 모른 채 버티던 마음들이, 그래도 결국은 살아 있었음을 조용히 증명하는 — 그 시절의 느티나무 한 그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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