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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브 연락 없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이 책은 외계인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읽다 보면 내 얘기 같다. 구르브가 지구에 내려와 잠시 머무르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남겨진 동료는 그를 찾아 도시를 헤맨다. 그러나 그 여정은 곧 ‘친구를 찾는 일’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일’로 바뀐다.
이 외계인은 인간의 세상을 어색하게 배워간다. 커피 향을 맡고 놀라며, 길을 잃고도 웃고, 낯선 사람의 친절에 감동한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지만, 그 안에서 기이한 온기를 느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풍자보다 따뜻함에 가깝다. 우주에서 온 시선으로 본 인간의 하루는, 어설프지만 사랑스럽다.
책을 덮으면, ‘연락 없다’는 말이 더 이상 슬프게 들리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서로가 잠시 다른 궤도를 도는 시간일 뿐이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혹은 그냥 잘 지내기를 바라는 조용한 마음.
『구르브 연락 없다』는 그런 마음을 다정하게 품은 이야기다.
익살스러운 장면 속에도 늘 온기가 남는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멀어진 사람조차 문득 그리워지고 — 지구가 조금 더 따뜻한 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