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 유대 기업은 현대 중국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나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최파일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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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갈 때마다 나는 피스 호텔에 묵는다.
밤이 되면 강물이 벽에 닿고,
불빛이 대리석 위를 미끄러진다.
그 빛 속에는 오래된 이름 하나가 숨어 있다. 사순.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은 그 이름이 남긴 도시의 흔적을 더듬는다. 사순은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유대 상인이었다.
그에게 세계는 언제나 타향이었고, 그 타향에서 그는 질서를 만들었다. 그 질서는 법이 아니라 신용으로, 힘이 아니라 품격과 계산의 균형으로 세워졌다.

그가 세운 피스 호텔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문장, 이방인이 세계에 남긴 자기의 문법이었다.
건축은 정확했고, 장식은 냉정했다. 그 속에는 ‘돈’보다 더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 — 불안 속에서도 질서를 세우려는 인간의 욕망.

그는 상하이를 근대의 도시로 만들었지만, 그 도시는 그를 완전히 품지 않았다. 그는 성공의 중심에 섰으나, 언제나 바깥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피스 호텔의 공기는 지금도 낯설다.
그곳은 번영의 장소가 아니라, 소속되지 못한 인간의 흔적이 남은 공간이다.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은 묻는다. 문명은 부로 세워지는가, 아니면 불안으로 세워지는가. 이 책의 답은 피스 호텔의 벽에 있다. 그 돌의 냉기가 바로 인간의 체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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