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을 보니 1993년도부터 사 본 모양인데, 처음 살 때는 약간의 지적 허영심 때문에, 이후 감수성이 폭발하던 때에는 빠져들어서, 그러다가 신림동 때부터는 하나의 일탈이자 굽히고 싶지 않은 자존감으로서, 회사 다니면서는 의무감으로 사왔던 것 같다. (읽지 않은 해도 많음)

아무튼 올해 역시 샀고 올해는 읽어보았는데,
직업병인지 유려한 문장을 곱씹어 읽는게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빙빙 돌려말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결론 먼저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읽기 까다롭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한 1% 이해한 듯.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이야기 중심으로 나가지 못하면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 같다. 감수성의 한계를 알게 된 이후 안맞는 문장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노력도 줄어든 탓도 있다.

좋았던 글은 손홍규 작가의 후배인 최은미 작가가 앞에 적어놓은 작가 소개 부분이었다. 오랫동안 자세히, 잘, 열심히 선배를 보아 온 느낌. 따뜻하다.
가끔은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때가 있는데, 누군가를 붙들고 물어보고 싶기도 해진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바쁜 세상에 누가 남을 그렇게 자세히, 열심히, 잘 지켜 본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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