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때 나는 시계 볼 줄을 몰랐다. 걱정하던 엄마는 나를 책상 앞에 붙잡아두고 직접 가르쳤다. “이건 몇 시 몇 분이야?” 짧은 바늘은 금방 알겠는데 긴 바늘은 늘 헷갈려서 머뭇거렸다. 엄마는 내가 얼른 대답하지 못하거나 오답을 말하면 얼굴을 찡그렸다. 급기야 엄마는 성난 소처럼 콧바람을 푹푹 뿜다가 마침 집에 머물던 막내 외삼촌에게 바통을 넘겼다. 처음에 삼촌은 친절한 목소리로 가르쳐주었지만 결국 삼촌 목소리도 커졌다. 나는 창피하고 속상해서 고개를 숙인 채 동그란 시계 그림 위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야 말았다. “난 돌머리인가봐.” 삼촌은 당황해했고 일대일 지도는 그렇게 짧게 끝났다. 그런 나였는데 언제부터 시계를 볼 수 있게 된 걸까. 그건 기억나지 않고 숫자와 씨름하며 혼났던 것만 기억하다니 인간은 신나고 기쁜 일보다 아프고 슬픈 기억이 더 오래 깊이 남는 걸까. 아무튼 저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 시계 볼 수 있어. 때가 되면 다 하게 된다고. 넌 돌머리가 아니야. 조금 늦은 돌머리야.“라고.그림책 <돌머리들>을 보며 누구나 자신의 나약함 한 가지를 마주하지 않을까. 부족하면 어떤가. 80억 인구 중에 나는 유일하니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인걸. 나로 충분하다고. #돌머리들 #오소리작가 #이야기꽃그림책 @iyagik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