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옥 해방일지 - 집안일에 인생을 다 쓰기 전에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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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우리 가정의 생활 가전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세탁기는 말할 것도 없고 세탁기 위에 얹어 놓는 건조기는 필수가 되고 있다. 진공청소기가 돌아가지 않는 시간에도 로봇 청소기가 쉴새없이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돌아다닌다. 식기세척기는 세척과 소독 건조까지 해서 짠 하고 입을 벌린다. 집안 일 도와주는 라인업이 이리 빵빵한데 우리는 왜 집안일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할까..


세탁기와 건조기가 쉬지않고 돌아가는데 그 돌아가는 그 사이에도 다시 빨래 바구니에 빨래감이 채워진다. 방금 건조된 빨래를 열심히 접었는데 또 세탁기는 빨래를 돌리고 있다. 잠시 후면 또 건조된 옷들을 뱉어낼 것이다. 그럼 다시 옷을 잘 접어야 한다. 빨래 접는 기계가 보급된다면 비로서 빨래에서 해방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식기 세척기가 모든 설거지를 다 해주지는 못한다. 식기 세척기가 생기고 오히려 더 많은 설거지거리가 나오는 것 같다. 마치 거꾸로 내가 식기 세척기의 노예가 되는 느낌이다.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역시 처음에는 집안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천벌 중에 천벌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살림살이를 줄여나가며 집안일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로서 집 안의 물건은 비우는 한편 행복은 채워가는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삶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물건을 집안 가득 채우는데 목적을 둔 삶에서 모든 것을 비워내는 삶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한없이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미니멀리스트로 탈바꿈했다.
자연재해로 전기와 식수가 끊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채워서 성취하려는 삶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이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갖추고 살아가는 저자의 삶에서 또 다른 의미의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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