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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게 ㅣ 미소 그림책 11
판지아신 지음, 린롄언 그림 / 이루리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엄마가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오래전에 보았던 미국드라마를 떠올렸다. 그 드라마를 본 건 내가 아직 어린이였을 때였다. 한 아이가 동굴 안에서 유리벽 뒤에 전시된 부모 중에서 마음에 드는 부모를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 자신의 부모를 그 곳에 그냥 두고 가던 장면.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거의 40년 전에 본 드라마인데 제목을 듣자마자 그 드라마 장면을 떠올린 걸 보면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것 같다.
The Twilight Zone (1985) - S01E03B - Children's Zoo
https://youtu.be/VP00POlKNo4?si=m1j_gIKS7MqdJbes
사실 작년까지는 예지에게 모든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들어서는 모든 걸 내 중심으로 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이번 1년만 이렇게 지내기로.. 미안하지만, 올해만 좀 봐 줘...
올해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닌 걸 알기에 예지가 나한테 무얼 바라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읽고는 이 전의 그 어떤 그림책보다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예지도 할 말이 많은지 그 어떤 그림책보다 많은 말을 쏟아냈다.
엄마가게를 읽고 나서 처음 예지에게 던진 질문은 “너는 어떤 엄마를 사고 싶어?”였다.
처음엔 "엄마!" 하며 나를 가리켰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이것 저것 대답했다.
“나를 좋아하고, 나를 예뻐하고, 나를 안아주고, 내가 원하는데 가주는 엄마.”
앞의 3개는 내가 더 노력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원하는 데가 어딘데? 그랬더니 킥보드 타러 가고 싶단다.
우리집은 언덕에 있어서 킥보드를 타려면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데 매일 롯데월드 가느라 킥보드 탈 시간을 마련하질 못해서 예지는 그게 늘 불만이었다. 벨루가 보고싶다고 하도 노래를 하길래 롯데아쿠아리움 연간회원권 구입도 했는데 예지가 제일 원하는건 킥보드타러 가는거 였다니...
엄마가게가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인 줄 알았는데 엄마를 파는 가게 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엄마가 아이에게 자기가 일하는 가게 구경 시켜주려고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엄마를 파는 가게였어? 난 그것도 몰랐는데.
엄마가게 제목을 보자마자 옛드라마가 떠오르며 엄마를 파는 가게를 떠올린 나와는 달리, 예지는 엄마가 일하는 가게, 엄마가 주인으로 있는 가게을 떠올렸다고 했다.
장난감이 갖고 싶으면 칭찬스티커를 모으면 되지 엄마를 팔면 어떻게 해?
넘 재밌었어. 엄마를 찾으러 가는 거.
어떻게 엄마를 작게 만든 걸까? 마법을 썼나?
집안 일을 하는 엄마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본 예지는 “어떻게 작아지지? 마술을 부렸나?”라고 했다.
나는 엄마로 집안일을 하면서 자신이 작아진다고 느끼는 그 마음, 아니면 이렇게 작아져서 집안일 안하고 싶다, 이렇게 작아지다 사라지고 싶다. 이런 마음이 표현된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아이인 예지와 엄마인 나는 이렇게 생각이 달랐다.
오빠가 엄마를 찾는 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바뀌는 동생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중고가게에서 로봇 옆 빈자리 한 칸을 쳐다보며 땀흘리는 동생을 보니 아마 동생이 들고 있는 로봇은 저 자리에 있던 걸 구입한 모양이다..
울면서 솔직히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점점 많아지는 땀방울이 말해주는 것 같다.
엄마의 가격표에 달러가 붙어 있는데 원으로 바꿨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달러로 써 있어서 얼마인지 감이 잘 안 왔다. 어쩌면 그냥 0이 많다, 비싸다에 포인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럼 중고가게의 로봇은 100, 300, 200, 500...단위가 없던데, 단위가 대만 달러인가?
엄마가게와 중고가게에서는 종이를 양쪽으로 넓게 펼칠 수 있다. 4면에 걸쳐 전시된 다양한 엄마을 만나볼 수 있다.
영어하는 엄마 어때? 묻자마자 생각도 안하고 "싫어!"를 외치는 예지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영어를 싫어했나? 싶기도 했고, 엄마가게에서 발레하는 엄마를 고르는 예지를 보며 발레를 배워야하나 살짝 고민도 했다.
그러다 문득 중고가게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고가게의 엄마들의 표정이 참 편안하다. 왜지? 분명 자신의 아이들에 의해 팔려 간 것일 텐데? 왜 슬퍼하지 않고 저리도 표정이 편안한가? 생각해보니 그녀들은 정말 자유부인이 되어 자신들의 자유시간을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고 있고, 누군가는 뜨개질을, 누군가는 차를 마시며 컴퓨터를 보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누워있고.....요즘은 자유부인이 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걸 자부타임이라고 하던데...중고가게의 엄마들은 그냥 자부타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중고가게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엄마를 다시 사려고 하자 엄마의 반응이 정말 재밌었다.
-난 별로 너희랑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이 소설책을 끝까지 읽고 싶거든.
엄마의 표정이 좋지 못했던 게 자신의 아이가 자신을 팔아버린 원망때문이 아니라 그냥 자부타임이 끝나는게 싫은거였다니...
어쩌면 이게 자부타임이 끝나기 직전의 엄마들이 진짜 속마음이 아닐까? 자부타임을 너무나도 잘 즐기고 있던 엄마는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싫었던 것 같다.
마지막 면지를 보면 해피엔딩이다. 혼자하던 집안일을 아이들이 돕고 있고, 엄마에게 안마도 해주는걸 보면 말이다. 아마 아이들이 엄마를 잃어보고 엄마의 소중함을 느낀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소중함은 잃어봐야만 아는 것 같다. 내가 엄마가 치매에 걸리기 전엔 엄마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끝까지 궁금했다.
엄마를 도대체 얼마에 판 걸까?
중고엄마는 얼마에 다시 산 걸까?
그림책<엄마가게> 아이가 어떤 엄마를 바라는지 알아보고 나 자신은 아이가 바라는 엄마가 맞는지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6살 예지도 나도 넘 재밌게 읽은 그림책!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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