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고 아름다워요 - 2024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79
배슈티 해리슨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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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땐 보통 체형이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급격하게 살이 쪘어요. 4학년 때 40키로, 5학년때 50키로, 6학년때 60키로 아주 기억하기도 쉬운 몸무게를 가졌었답니다. ㅎㅎㅎ

70키로를 넘게 나가던 중3의 어느날 맹장수술을 했어요. 병원의 지하수술실에서 수술을 마치고 마취가 덜 깬 와중에 3층 입원실까지 들것에 실려 올라갔어요.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나봐요. 그때 아저씨 두 분의 헉헉거리던 소리와 얘는 뭐가 이렇게 무거워?” 짜증스럽게 뱉던 말이 지금도 기억이 나요.

중학교 때 교복을 입고 다녔었는데 소풍날 사복을 입으려니 마땅한 옷이 없었어요. 소풍전 날 엄마가 안 되겠던지 저녁에 집 근처 옷가게에 데려 가서 멜빵바지를 사 주셨어요. 제가 덩치가 있으니 맞는 옷이 그거 딱 하나였거든요. 집에 와서 다시 입어봤는데 배부분이 넉넉하다 못해 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는 소쿠리를 장난삼아 넣어보니 들어갔어요. 그 옷은 임부복이었던거죠. “엄마, 이거 봐.” 하고 소쿠리를 배에 넣은 채 옷을 보여줬을 때 엄마의 화난 표정과 미친X이 애한테 임부복을 팔았다고 욕하던 엄마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중학교 때 키16070키로였으니 그때부터 뒤에서 아줌마! 하고 부르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사실 지금도 한 덩치합니다. 운동하면 빠지고 안 하면 찌고......그런 몸이라서요.

저를 오래 보신 분들은...아시겠지만 몇 년 주기로 한 20키로 뺐다가 또 20키로 쪘다가...왔다 갔다해요. 20키로 빠져도 날씬한 적은 없었답니다.

 

그림책 <나는 크고 아름다워요>는 한 흑인 소녀의 이야기예요.

작은 아기가 점점 커갑니다.

 

-아이는 배우고, 웃고, 꿈꾸며

-자라고, 자라고, 또 자랐어요.

 

키만 큰게 아닌가 봅니다.

아이는 즐겁게 발레를 하는데 덩치가 좀 커보여요.

아이를 바라보는데 표정이 좋지 않은 발레 선생님.

너는 다 컸잖아, 그렇지?”라고 말하는 산타할아버지.

또래들보다 키도 덩치도 크고 배도 나온 아이.

아이는 그네를 타다가 유아용 의자에 끼어버립니다.

그네는 줄이 끊어지고 선생님은 화를 냅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준 말들은 몸에 붙어버립니다.

분홍색 발레복을 입고 발레하던 아이에게 선생님은 회색발레복을 입고 산과 구름 역할을 하게 하고 아이는 울며 뛰어갑니다.

뛰어가는 아이의 발자국마다 땅에는 균열이 생겨요. 아이가 덩치가 커서 생긴 균열일까요? 아니면 아이의 마음에 생긴 균열일까요?

한쪽 구석에서 엉엉 쪼그리고 울던 아이는 점점 몸이 커져요. 정말 점점 커져서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처음엔 한 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진 아이는 그 다음엔 두 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지고 그 모습은 마치 좁은 상자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 안에서 아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계속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은 점점 바닥을 적시다 점점 차오르고 그 위엔 아이를 힘들게 했던 검정색깔 단어들과 아이를 꿈꾸게 했던 분홍색깔 단어들이 떠다닙니다. 그리고 아이는 분홍 색깔 단어를 집으면서 밝은 분홍빛과 함께 밝아집니다.


그리고 아이는 검정색 단어들을 들고 자신에게 상처준 이들에게 말합니다.

-이거, 여러분이 준 거예요. 날 꼭꼭 찔러 댔어요.

그리고 자신이 흘렸던 눈물을 모두 닦아 양동이에 담습니다.

-여전히 몰라줬어요.

-그 애가 그저 어린 여자아이라는 걸요.

-지금 이대로가 딱 좋은 아이 말이에요.

 

저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발레를 다시 하는 장면이요.

남들이 뭐라해도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요.

예지도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분홍색 말(다정하게 친절하게 배려하고 사려깊게 마음껏 상상하고 따뜻하게 자유롭게 즐겁게 창의적으로 영리하게 날렵하게)과 검정색 말(너무커 다큰애 젖소 아하하)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를 꿈꾸게 하는 말, 행복하게 하는 말 등을 분홍색으로 써보고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을 검정색으로 적어 보는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지는 분홍색 단어로 사랑해, 엄마, 검정색 단어는 미워를 이야기하더라구요.

 

예지는 며칠동안 읽어주는데 보면서 좀 불편해 했어요. 예지는 화가 났대요. 친구를 놀려서요.

자기는 나중에 유치원가면 친구를 놀리지 않을거래요. 다른 친구가 친구를 놀리면 하지마!”라고 말할거라더군요. 그렇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밝힌 에피소드는 무려 30년전 이야기인데요,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걸 보니 그림책 속 아이처럼 저한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예요.

그리고 그림책 속 교사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교사가 되면 아이들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동시에 내가 그동안 일하면서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던건 아닐까 걱정도 되더라구요.

그리고 예지에게도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큰애 라는 말은 저도 자주 쓰거든요. 워낙 말을 잘하다보니 예지가 다섯 살인걸 종종 잊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래저래 반성했습니다.

 

아 역시 마무리가 잘 안되는데..

정말 잘 읽었고 귀여운 아이가 자꾸 속상한 표정으로 나와서 좀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스로 잘 극복하는 모습에 기특했구요.

예지를 이런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과 말조심하자는 교훈을 얻은 그림책이었습니다.

 

네이버 카페 제이포럼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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