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배신 -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배종빈 지음 / 서사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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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많다. 주관적으로 봐도 정말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이것 마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배종빈 선생님이 쓰신 이 책은 단순한 심리 혹은 뇌과학 책이 아니라 그 두 개가 잘 블렌딩된 심리 뇌과학 책이다. 실제로 진료하며 있었던 사례를 심리학적 측면과 뇌과학적 측면 모두에서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 그냥 심리학 책보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는 이 쪽이 조금 더 믿음이 가고 받아들이기 쉬웠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 받아왔고,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랐다. 그렇기에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걱정, 수치,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 역시 많이 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행복보다 생존이 중요하기에 특히나 안 좋았던 경험은 여러번 반복해서 생각함으로서 불안감과 긴장감이 높아지더라도 다음 번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원시시대에는 이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을 지 몰라도 현대사회에서는 우리를 보호해주기보다는 우울과 불안에 빠트리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으로는 글쓰기, 루틴, 운동 등이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가 전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 마음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다. 그 우울한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 놀랍게도 한 번 글을 쓰고 나면 한 달 정도는 그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루틴 역시 만들어서 지키려고 하는 편인데 습관이 될 때까지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위를 반복한 뒤 기록을 했다. 마지막으로 운동. 내가 자주 우울감과 무력감에 빠지는 타입이다보니 남편이 그런 얘기를 자주 해준다. “우울증 걸린 근육쟁이는 본적이 없어!” 그러면서 대단한 운동이 아니라도 산책이라도 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나면 기분 탓인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뇌 부위가 더욱더 활성화 된다고 한다!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력감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의지와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기력한 상태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신호이다. 에너지를 보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방어기제인 것이다.

타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주 쉬운 일이라도 상관없으니 무엇이든 하는 것.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하다는 것처럼 기력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 기력이 생기는 것과 같다. 마침 최근 며칠동안 엄청나게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그럴 때 보통 나는 침대에 들어가 몇 날 며칠을 잠만 잔다.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남편은 싫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매일하고 사는데 우울하다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미안해서 하루에 딱 한 가지만 제일 하기 싫은 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다른 일도 해볼까하는 마음이 생기며 조금씩 더 움직이게 되었다.

이 책에는 다른 케이스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있다. 친절하게 중요한 부분은 미리 하이라이트까지 되어있으니 생각의 소용돌이에 갇혀있다면 일단 이 책의 첫 장을 넘겨보자. 한장씩 넘기다보면 내가 해야할 일과 나아갈 방향이 조금은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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