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이경희 지음 / 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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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 이렇게나 마음을 무겁게 할 지 몰랐다. 생각보다 힘들어서 쉬어가며 읽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은 모란시장, 그 중에서도 식용 개고기를 파는 보신탕 집을 주요 장소로, 이곳에서 죽다 살아난 개가 화자이다. 인간의 이기심, 폭력성, 잔인함, 모순, 방관, 무관심들이 모두 뒤섞여 부글부글 끓다가 용암처럼 튀어오르는 곳, 모란시장. 어디에나 있을법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메세지가 담겨있다. 마지막 엔딩이 살짝 오픈 결말이라 덮고도 찝찝한 마음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식용 개고기는 국내외 모두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이 이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시아권은 서양권보다 상대적으로 개고기를 접하기 쉬운데, 나 역시도 어른들을 따라 갔다가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개고기가 문제가 된다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문제가 되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입장이었는데, 도축과 유통 과정에서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이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하지만 관련 제도를 만들만큼 개고기 소비량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개고기 식용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아마 제도가 만들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고기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먹지도 않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왜 개만 갖고 그러는건지 늘 의문이 든다. 이 책 역시 모란시장으로 오기 전 삽교의 스토리를 서술했기에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사실이니까. 어쨌든 많이 언급하는 이유들은 생각해보면 개는 똑똑하니까? (문어도 똑똑함.) 개는 인간과 친밀하니까? (반려동물은 모두가 똑같음. 그게 하물며 반려식물이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함.) 외국에서 시비를 털어서 그렇다는 것은 더 말도 안되기에 수많은 다른 동물들의 식용에는 침묵하며 개고기에만 거품을 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때 동물을 먹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해서 비건을 했었는데 아버지의 한마디에 현타가 와서 그만뒀었다. "니가 먹는 곡식과 채소도 다 생명이야. 벼를 베는 것은 안 잔인하니? 식물은 안 아플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꽃집 사장님과 가장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어찌하여 이렇게 인간밖에 모르는, 인간 우월적인 존재가 되어버렸을까? 지구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많은 생명체와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해야한다. 인간에게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서 다른 생명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결국 그 문제가 인간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한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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