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순간들 -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ðiː inspiration 작가노트
김인 지음 / 오후의소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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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읽기 전에 차를 먼저 우렸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장미인 샬럿 백작부인'이라니... 아마 내가 마셔본 차 중에서 가장 이름이 긴 차가 아닐까? 이름뿐만 아니라 향조차 처음 맡아보는 듯 했다. 모르는 향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는 향인데 차에서 맡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 향이었다. 싸한 생강과 카다멈 향이 강렬히 난다. 이대로라면 차에서 카레맛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레몬그라스의 싱그러움과 페퍼민트의 향긋함이 개운하게 퍼졌다. 그리고 엔딩은 다시 생강. 이렇게 복합적인 차라니... 과연 이름대로구나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을 펼쳤다. 차를 오래 마셔왔지만, 블렌딩 티를 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저 소비하며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면서도 티 블렌더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읽는 내내 뭐랄까, 경이로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게다가 완벽한 無도 아니고 존재는 하지만 형체가 없는 것을 구체화 시키는 일이라니! 그리고 읽는 내내 결이 특이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왜 이런 차가 나왔는지 이해가 갔다. 맛의 구성이 이해가 갔달까...

블렌더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살짝 벅차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재밌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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