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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방 -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메리 크리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오랫동안 천천히 책을 읽었다.
우울증을 오래 앓은 환자의 수기, 수기라고 하기엔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의학적 서칭을 통한 지식과 함께 기술되었지만... 여튼 수필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과거의 내가 참 많이 겹쳐보였다. 나도 내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싶었고, 불행할 때마다 일기장을 펼쳤으며, 과거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했고, 도움을 바라면서도 아무도 나를 돕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자살 시도를 했고, 입원 치료도 받았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나에게도 아직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진행형이라) 이 책을 읽는 것이 더욱더 더디고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당당하게 '그 일'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멋져보여 나도 용기내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책을 읽는 것 조차 용기씩이나 내어야 한다는 게 뭐랄까... 아직 내겐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책 자체는 본인의 감정을 배제한 채 담담히 써내려갔다. 이 책의 장점이다. 우울증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상태나 치료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카피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식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정신병, 정신병원이라면 거부감이 먼저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을 정면돌파 해버린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내게는 과거를 불러들어와 감정을 일렁이게 만들긴 했지만, 한편으로 용기를 주기도 했다.
작가는 20대 후반에 일어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경험을 50대가 되어서야 돌이켜볼 용기가 생겨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부끄럽기도 하고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일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고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해줬기를 바란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 작가의 나이쯤 되었을 때, 나 역시도 과거를 직시하고 내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 나간다.
우울증은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인들도 참 힘들다. 그 고통들을 함께 감내해준 부모님과, 더이상 나를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남편에게 새삼 감사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