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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마음은 우리가 깨닫지 못한 채 자주 어딘가로 방랑하는데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방랑이 가장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상상하는 뇌 서두에 나온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로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공상에 사로잡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후회할 때가 종종있다. 이런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몽상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지속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나도 모르게 사로잡히는 상상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현재에서 벗어나는 습관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죽음의 수용소 저자 빅터 프랭클이 아우슈비츠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상상력의 힘과 트라우마와 같이 과거나 미래의 불안에 방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위험이 따름을 보여준다. 저자는 지나친 상상의 나래에 벗어나고 싶을 때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 여행, 춤, 스포츠, 공연, 환각제, 성관계 등이 있다고 했다. 즉, 많은 이들이 상상으로 미래를 꿈꾸고 발전하기도 하고 현재를 극복하기도 하지만, 현재에 있지 못하는 상상의 뇌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저자는 영국 엑서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로 30여 년간 의식, 기억, 심상의 신경기제를 연구했다. 이 중 수술 후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을 상실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심성을 형성하지 못하는 아판타시아와 극도로 생생하게 느끼는 하이퍼판타시아의 개념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자이다. 이 발견으로 상상을 단순한 공상이거나 낭만적인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현실을 인식하고, 예측하고, 자신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임을 설명한다.
책은 크게 세 부(1부 나는 상상한다. 그러므로 세상은 실체한다, 2부 상상력은 어떻게 의식과 현실을 지배하는가, 3부 진화하는 상상, 루시에서 사피엔스까지)로 나뉘어 뇌과학·철학·예술·진화론까지 여러 측면으로 접근하여 상상하는 뇌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상력하면 그저 엉뚱하고 현실과 거리가 먼 생각쯤으로 가볍게 치부하기 쉬운 과거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한 책인 것 같다. 한 개인이 각자의 유전적, 환경적 요소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의 뇌를 통해 끊임없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해석하고 자신의 예측과 실제의 차이를 계속해서 조율해나가며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상상하는 뇌는 우리의 삶이자 상상이 아닌 그 실체라는 생각까지도 든다.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는 말 많은 내면을 잠재우고, 예측하려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세상에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핵심 도구인 상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