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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친구에게
박소연 지음, 뜬금 그림 / 달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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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게 마음을 들여다보며 꿈을 응원하는 그림을 만났다. 즐겁고 밝은 마음과 작고 못난 마음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토닥이며 지금까지 해낸 것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앞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존감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작가는 알고 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꿈을 찾아야 하는데 남들이 칭찬해주는 멋진 꿈 말고 아니라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 가운데서 정해야 한다고 콕 집어준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게임 레벨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며 쉽지 않은 여정임을 알려준다.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이든 꾸준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결국엔 나만의 작품을 만들거라 응원한다. 지금 당장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도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괜찮다 토닥여준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출판사 대표로 다양한 꿈을 넘나들고 있는 박소연 작가의 경험이 반영돼 진정성있는 꿈 응원가로 와 닿는다.

‘친애하는 친구에게’ 제목을 다시 고쳐쓰고 싶어진다. 친애하는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응원가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는 말처럼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인 나도 계속 꿈꾸는 삶을 살고 싶다. 나답게 꽃피우라는 메시지를 펼치며 대학을 졸업하는 딸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꼭 쥐어준 그림책이기도 하다. 3월에 만날 열세 살 우리반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나누고 싶은 그림책이다.

#초그신#신작그림책#서평#친애하는친구에게#박소연#꿈#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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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여행
이욱재 지음 / 달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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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앞두고 있다.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행복하다. 미지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상상하는 설렘, 여행은 바로 그 설렘부터 일정이 시작된다.

찬란한 여행이라는 책 제목은 그래서서 더욱 ‘설렘’을 안겨줬다. 은빛 홀로그램으로 유난히 반짝이는 곰돌이 모양의 북커버 그림이 여행 전 설렘과 무척 닮아있다. 북커버 안쪽 표지 그림을 보니 푸른빛 곰돌이가 빛난다. 환경 그림책이라는 배경지식 없이 처음 본 곰돌이는 그저 설렘 가득한 곰돌이 인형이었을 뿐.

첫 장에 시원하고 달콤한 걸 가득 담고 있다는 힌트를 준다. 실은 곰돌이 인형이 아니라 편의점 냉장고에 상시 대기중인 화려한 색과 맛을 담고 있는 음료수 패트병이라 고백한다.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뿐이라며 다리 밑 하천으로 버려지는 장면은 순간 ‘아찔’하다. 강을 따라 떠내려가고 바다에 도착한 곰돌이 패트병. 파도에 휩쓸리고, 온몸으로 태양빛을 받고,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외로움과 싸운다. 자기와 똑같은 신세가 되어 떠내려온 동료 패트병을 만나 서로 위로받는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고래 등에 올랐다 뿜어 오르는 물줄기에 날아가고, 새에게 잡혀 친구를 잃기도 하지만 이내 거대한 쓰레기 섬에서 더 많은 친구를 만난다. 친구를 만나서 좋아야 하는데 어쩐지 씁쓸하다. 바다 한가운데의 쓰레기 섬에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서로 부등켜 안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역설적으로 표현한 이 ‘찬란하다’는 표현이 가슴에 콕 박힌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바다 속으로 빛이 되어 떠다니는 모습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어부의 그물에서 평화롭게 찬란히도 빛난다. 비 오는 도심의 밤거리. 엄마와 걷고 있는 아이의 손에 이번엔 노란색 곰돌이 음료수병이 들려있다. 오늘도 도심을 걷는 사람들은 찬란한 빛을 받으며 무심히 걷는다. ‘드디어 끝난 걸까? 찬란하고 긴 여행이.’ 마지막 질문 앞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내 몸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찬란한 빛을 찾아본다.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가슴 아픈 대답을 되내어본다.

더 이상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구호는 이젠 식상하다. 그레타 툰베리를 흉내내며 지구를 살리자는 외침도 일회성 외침으로 끝나 이벤트성 환경행사 같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해야 하는 이 지구에서 더 이상 우월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환경을 바라보는 대문자 인간적 생태관은 벗어나야 한다. 생태위기의 문제의 근간에 인간중심주의, 인간예외주의, 인종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포스트휴먼 신유물론’에서는 인간을 특별하고 우월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가 이원 대립적 구도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깊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생태전환적 입장에서 바라본 ‘찬란한 여행’은 곰돌이 패트병 입장에서 인간 너머의 여러 행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내부 작용하는 역동적이며 비결정적인 과정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생태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파생되는 예상치 못한 ‘회절’과 수없이 복잡하게 얽힌 ‘실뜨기 관계’가 곰돌이 패트병의 찬란한 여행 과정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곰돌이 음료수를 바라본다. 찬란한 여행이 떠올라 한참을 서 있었다.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아직도 상시 대기중이다. 너와 나의 여행이 찬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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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진 아이들 마음그림책 15
김미정 지음, 이정은 그림 / 옐로스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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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새순 돋는 봄산이 참 아름다운 계절에 숲 테라피를 받은 것 같은 그림책을 만났다. 숲과 함께 하는 아이들이 어떤 감성을 채울 수 있는지 조근조근 시를 읊는다. 숲을 간직하면 널따란 연잎으로 자라 누군가의 소나기를 피하게 한단다. 타인의 마음에 동고하며 너른 품을 내어줄 수 있다. 숲은 꿈꾸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누군가를 기대게 해줄 수 있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힘들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게 든든한 줄기와 그루터기를 내어준다.

아지랑이와 봄바람 맞으러 가는 숲, 솜사탕 햇살 걸어 새잎 돋고 꽃잎 피우는 숲, 봄비 촉촉한 숲에 봄꽃으로 가득한 마법의 동산까지 숲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았다. 그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질문을 던진다. 이 많은 꽃들과 나무, 희망과 용기가 대체 어디 있냐고!

향기로운 이름을 얻어가는 꽃처럼, 반짝이는 이름을 얻어가는 나무처럼 숲에서 커가던 아이들도 ‘제각각 이름을 찾아가겠지’라는 말에 한참 머물렀다. 오늘 숲을 거닐며 나는 과연 어떤 이름을 찾아왔는지 되물어본다.

미래 교육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포용적인 인재상을 추구한다. 작든지 크든지 낮든지 높든지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 큰 바람도 잦아들게 하는 숲, 많은 비도 스며들게 하는 숲, 아이들이 숲 체험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소중한 마음이 다 담겨있다. 자연이 주는 포용적 가치와 자율성을 지식을 통해 전달할 게 아니라 숲을 돌려줌으로써 느끼게 해야 한다. 코로나 세상을 겪으며 모니터와 스마트폰 네모 세상에 갇혀 있던 아이들 손을 잡고 이젠 숲으로 나가야 할 때다. 저마다 이름을 가진 꽃과 나무를 보며 너도 너만의 꽃을 반드시 피울 거라는 희망의 노래를 부를 때다.
"자, 이제 아이들과 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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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쫓던 사슴 : 내 안의 빛
조안나 매키너니 지음, 풍 응우옌 쿠앙 & 후인티 킴 리엔 그림, 박지숙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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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사랑하는 아기 사슴은 태양이 떠오른 시간은 따뜻했고,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태양이 사라지면 어둠에 갇힌 세상이 두렵고 싫었습니다. 세상 반대쪽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사라진다는 엄마의 말에 질투가 났고, 태양과 친구가 되어 함께 지내고 싶었지요. 봄의 설렘이 시작된 아침, 가족들과 작별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태양을 찾아 떠납니다. 긴 여정 중에 개구리, 해바라기, 여우를 만났지만 아무도 태양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지 못했고, 흰 날개를 가진 올빼미는 어둠 속에서 친구가 되어 줄 달의 존재를 깨우쳐줍니다. 밤이 무서워 눈조차 뜨지 못했던 아기 사슴이었기에 그제야 달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태양만큼 아름다운 달이 눈에 들어왔고 부드럽고 온화한 은빛 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더 이상 밤이 두렵지 않게 된 아기 사슴은 박쥐와 올빼미, 고슴도치, 반딧불이가 눈에 들어오고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 줄도 모르고 밤의 아름다움에 푹 빠집니다. 태양을 따라다니느라 자신이 얼마나 자랐는지 알지 못했던 아기 사슴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태양만 쫓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낮에도 밤에도 빛으로 가득 찬 평온한 세상을 온전히 즐깁니다.

행복을 쫓던 파랑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의 세상만 행복으로 알던 아기 사슴.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가 불행하다고 여기던 어둠의 세계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통념이 깨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지혜의 상징인 올빼미는 아기 사슴에게도 어둠이 더 이상 불행한 세계가 아님을 달의 존재를 통해 깨우쳐주지요. 나에게 있어 올빼미와 같은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 잠시 쉼표를 찍고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불행과 좌절의 순간에 그것이 더 이상 불행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친구가 내게도 있습니다. 그림책을 비롯한 수많은 책 속의 스승들, 백 마디 말보다 진실한 눈빛으로 그저 묵묵히 손 잡아주던 온전한 내 편이 있습니다. 올빼미는 그런 고마운 존재를 다시 떠올리며 감사하게 했습니다.

“밤에는 달을, 낮에는 태양과 함께 가보렴. 그들은 둘 다 너의 친구란다.”
올빼미의 한마디 속에 깊은 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꽃길만 걷기를 바라지만 인생길이 어디 꽃길만 있겠습니까. 흙길도 있고 진흙탕도 있고 언덕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만나야 제대로 인생길 걷는 것일 테지요. 꽃길 좋아 꽃길 옆에 집 짓고 한평생 산들 꽃 지고 나면 흙길뿐입니다. 꽃길, 그것도 다 한철입니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하지요? 좋을 때가 있으면 힘든 때도 오고 어떤 때라도 영원히 계속되는 법은 없습니다. ‘고(苦)를 고(苦라)로 깨닫고 락(樂)은 락(樂)이라고 알아 인생은 고락 함께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이 그대로 겹칩니다.

아기 사슴은 봄의 설렘이 시작된 아침,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벚꽃 흩날리던 ‘꽃길’을 지나 스스로 어둠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 용기가 있었기에 더 이상 엄마 품에만 머물지 않고 훌쩍 자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이 얼마나 자랐는지,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오직 태양만 따라다닌 아기 사슴을 보며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면서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틀을 깨는 시기가 있지요. 나이 중년을 넘어서야 내 삶에 쉼표를 찍고 낮에는 태양과 함께, 밤에는 달빛과 함께 산책을 즐기며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평온했고, 빛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요.”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 자기만의 멋진 뿔을 만들어 당당한 수사슴으로 성장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5년간의 어둠의 시간을 잘 통과해낸 내가 보였습니다. 뭉클한 감동과 감사로 마지막 장면을 와락 안아주었습니다. 이젠 낮에도 밤에도 수사슴과 함께 걸으며 환하게 웃는 내가 보입니다. 2023년을 시작하며 읽은 첫 그림책인데 '내 안의 빛'을 올해의 슬로건으로 가슴에 달아봅니다. ㅡ라니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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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더 몬스터
헤일리 웰즈 지음, 김여진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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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편리해지고 풍족해졌다. 사람들은 더없이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 안에서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풍요로운 삶을 향해 달려가느라 지금 이 순간에도 참 바쁘게 열심히들 살아간다. 삶이 원래 그런 거 아니야?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게 정답인 듯 의심없이 살아간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거지? 라는 질문 따위 무시해야 한다. 또 눈뜨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쳇바퀴 도는 삶은 계속된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계속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든 거야? 사람의 노동력을 덜기 위해 만든 기계 덕분에 우린 더 정교한 노동력을 또 다른 곳에 써야 했고 일하기 위해 태어난 듯 우리는 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고 있다.

더더더 몬스터는 이런 인간 세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풍자 그림책 같다. 끊임없이 생산을 강요하는 대량생산과 무제한으로 버려지는 소비가 더더더 몬스터라는 실체없는 기계의 조작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우리의 삶도 결국 실체없는 무언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섬뜩해졌다. 모두들 더더더 몬스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순응할 때 꼬아 일꾼 하나가 던진 왜? 라는 질문이 결국 시스템 전체를 바로 잡게 하는 단초가 된다. 남들도 그러니까 그냥 따라가는 삶에는 비젼이 없다. 관례를 따르지 않는 왜? 라는 질문은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는 첫 발자욱이다. 한 사람의 외침은 모두에게 파동이 되어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마지막장을 넘기며 새로운 세상에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만 몰두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우리네 세상은 언제쯤 그런 세상이 올까? 꼬마 일꾼처럼 이제부터 나도 왜? 왜? 왜?를 열심히 외쳐보려 한다. 또 아나? 내 작은 외침 덕분에 세상이 좀 달라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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