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1 - 인도, 문명의 나무가 뻗어나가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1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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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음악에 이어 이번엔 동양미술이었다. 기존 미술이야기 시리즈와 달리 나라별로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 미술. 인도에 대해 공부한 적은 있어도 인도 미술하면 떠오르는 것은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간다라 미술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인도 미술 하면 떠오르는 작품 이름이 없었다. 서양미술 하면 대표적인 화가들부터 작품 이름 몇 가지는 댈 수 있었던 반면 인도? 그것도 미술 분야에서? 굳이 이름을 대자면 아잔타 석굴사원과 같은 불교 석굴 정도였다. 이름을 대면서도 석굴은 미술이 아닌 역사 유적이 아닌가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인도 미술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린 채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 내 생각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책은 동양미술의 정의부터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미술이 ‘회화’에 집중되어 있다면 동양미술은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등 예술 전반을 통틀어 지칭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내가 위에서 말한 것도 동양에서는 미술에 포함된다는 이야기였다. 두 미술의 차이가 단순히 지역을 넘어 범주에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면서 동양미술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다.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의 차이점이자 공통점은 종교였다. 차이점은 서양미술이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동양미술은 불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공통점은 둘 다 종교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신과 관련된 종교화나 건축물 위주의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비슷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바로 스투파 입구에 장식한 조각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조각에는 석가모니와 관련된 일화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어느 한 사람이 완성시킨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각가에게 의뢰를 해서 그때그때 끼워놓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소망을 담거나 했다는데, 이 모습이 꼭 중세 유럽에서 부자들이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성당을 짓고 화가에게 후원을 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는 일화와 겹쳐지면서 내심 웃음이 나왔다. 시기도, 종교도, 지역도 다르지만 사람들의 소망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스투파와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스투파가 변형돼서 탑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단어뿐만이 아니라 ‘탑’ 자체에도 해당된다는 건 이번에 안 사실이었다. 인도의 산치 스투파와 경주에서 볼 수 있는 탑은 한눈에 봐도 형태가 꽤나 달라서 인도에서 유래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걸 찬찬히 뜯어 보니 간소화 되긴 했어도 스투파와 관련된 부분들이 남아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을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경주에 갔을 때 탑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을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아쉬웠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책이어서 그런지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이제 겨우 쿠샨 왕조에 들어선 것을 보며 본격적인 인도 미술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는 여러 문화가 융합된 나라고, 그 안에서 꽃피운 여러 건축물들과 문화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기대하고 무굴 제국도 이 중 하나다. 멋진 책을 내느라 고생하신 편집자 분들과 교수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음 시리즈가 얼른 나와서 쿠샨 왕조부터 이어지는 인도미술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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