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걸 클래식 컬렉션 2 라이트 에디션
진 웹스터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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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자란 제루샤(주디) 애벗. 여느 때처럼 이사회의 방문에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다. 하루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고아원 원장이 그녀를 불러 그녀가 한 이사님의 후원을 받게 되었음을 알린다. 조건은 익명의 이사님께 매달 편지를 쓰는 것.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게 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P104. 저기 있잖아요, 아저씨, 우리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하면, 아저씨 같은 남자들은 권리를 잃지 않도록 당찬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예요.

P225. 하지만 제 경우에는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삶의 매 순간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불쾌한 일이 일어나도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겁니다. 불쾌한 일은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어 기쁘게 여길 겁니다.

어렸을 때 접한 고전을 나이를 먹고 다시 접했을 때 좋은 점은 그때와 지금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다. 어느 날 엄마가 만화 하나를 틀어주었는데 그게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던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동생과 함께 꽤 집중했었던 것 같다. 불빛에 비춰진 후원인 아저씨의 길쭉길쭉한 그림자, 대학교에서 편지를 쓰는 주디,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주디 등등 그 때 본 영화의 장면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설은 주디가 후원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중점인 만큼 그녀가 쓰는 편지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맨 앞부분의 고아원 시절 말고는 전부 주디 혼자 떠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이했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내가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처럼 주디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 같아서였다(하지만 주디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됐다). 편지로 조잘조잘 떠들어 대는 모습이 꼭 어릴 적 엄마에게 이것저것 다 털어놓는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키다리 아저씨를 유일한 가족처럼 대했던 주디였으니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은 주디의 아이 같은 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편지에 가끔 참정권을 갖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비꼬는데, 이런 모습은 그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가 아닌 똑 부러지고 당찬 여성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이런 불만들을 통해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전히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설엔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일단 표면적으로는) 주디의 편지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참 권위적이고 속이 좁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에서도 주디에게 샐리네 집에 가지 말고 농장에 머물 것을 명령했을 때 내가 주디라도 된 것 마냥 그저 속상했는데 막상 소설을 읽으니 키다리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기는커녕 진짜 왜 저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주디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멋진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걸 편지로 장학금도 받지 말아라 과외도 하지 말아라 여름엔 농장에서 지내라…. 등등 별 이유도 없이 그냥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글 몇 줄로 다 막고 있으니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남자랑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진짜 굳이…’ 싶었지만! 주디가 원한다면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딱 한 가지 불만인 것은 둘의 나이 차이가 무려 14살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차이는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라서 충격이었다. 작은 아씨들의 조도 그렇고 여기의 주디도 그렇고 왜 작가들은 주인공을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시키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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