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걸 클래식 컬렉션 2 라이트 에디션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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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소녀 메리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고모부 댁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시종 마사의 조언으로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면서 건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원에서 만난 마사의 동생 디콘과 사촌 콜린과 함께 비밀 정원에서 남몰래 비밀을 키워나간다.

P77. 솔직한 말이었다. 메리 레녹스는 난생처음 자신에 대해 솔직한 말을 들었다. 메리가 무슨 짓을 해도 원주민 하인들은 항상 비위를 맞춰주고 복종했다. 메리는 지금껏 자기 외모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 웨더스태프처럼 못생겼는지는 궁금했다. 울새가 찾아오기 전의 벤처럼 뚱해보이는지도 궁금했다. 게다가 자신이 정말 성격이 고약한지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P423. 아름다운 새 생각들이 오래된 흉측한 생각들을 몰아내기 시작하자, 콜린에게도 생기가 되돌아왔고, 피는 혈관에서 건강하게 뛰었고, 힘이 홍수처럼 콜린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콜린의 과학적 실험은 꽤나 현실적이었고 단순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작은 공주 세라>의 세라와 이번 작품의 메리는 상반된 인물이다. 전자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사랑을 받을 줄도, 줄 줄도 아는 인물인 반면, 후자는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해서 모든 사람들을 싫어하게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와 전혀 받지 못한 아이. 전자의 이야기는 이미 읽어봤으니 후자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초라해보였다. 마음은 짜증으로 가득 찼으며 겉모습은 창백하고 삐쩍 말랐다. 이런 아이를 변화시킨 것은 화원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10년 동안 숨겨진 화원을 발견한 메리가 사촌인 콜린, 시종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함께 화원을 가꾸며 밝은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소설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스스로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과 어울리며 그것이 주는 행복을 깨닫는다. 움직임을 통해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명이 움트는 것을 지켜보며 기쁨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 ‘마법’이라고 불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콜린이 가장 많은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간 등이 곱아 죽을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죽을 날만 기다리던 아이가 자신의 몸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몰아내고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채웠을 때 그 ‘마법’은 일어났다. 스스로 걷고 뛰고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마법인 것 같다.

+소설을 다 읽고 마크 먼든 감독의 시크릿 가든(2020)을 봤는데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원작을 이해 못한 사람이 만든 영화같다. 원작을 안보면 볼 만할 수도 있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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