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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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명작'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났다.
고전을 읽는 기분과 현대적 감각이 동시에 전해진달까.
이 시대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앓고 있는 미모 비탈리아니는 천재 조각가이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는 조각가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열두 살에 알베르토 삼촌에게 맡겨지면서 피에트라달바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영혼의 단짝 비올라를 만난다.

비올라의 꿈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이다.
그녀는 과연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두 사람은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꿈과 자유를 위해 투쟁을 거듭한다. 과연 그들의 재능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1948년부터 미모 비탈리아니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이리하여
그의 피에타, 그 마지막 작품이 촉발한 충격파에 대한 결정적인 답을 얻을 가능성이 모두 제거된다." (p.224)

미모는 40대 어느 날부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숨어 지낸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비탈리아니의 피에타' 역시 마찬가지로.
대체 왜? 비올라는?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라는 작품은 왜 지하에 가둬진 걸까?

소설의 마지막에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 했던 충격이 덮쳐온다.

20세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현대 사회에서도 곳곳에서 우리는 여전히 투쟁하고 있지 않은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재와 파시즘이 다시 생겨나는 시대예요. 그래서 소설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술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이 위대한 작품을 꼭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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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3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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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미술책,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 그 3탄이 드디어 나왔다.

"이 책은 <방구석 미술관> 1편 이후 서양 현대미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양 근대미술(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 이후 서양 현대미술(20세기 초반~20세기 중반)이 진화해가는 과정을 현대미술가 여섯 명의 삶과 예술 이야기를 통해 펼치고 있습니다."(p.5)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선구자 '피트 몬드리안'.
초현실주의의 대명사 '살바도르 달리'.
20세기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미국 현대미술의 전설 '잭슨 폴록'.
색면회화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

'미술가 계보'가 담겨 있어 근•현대미술 변천사의 맥을 총체적으로 짚을 수 있어서 좋고, 추앙받은 여섯 명의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미술작품을 더 심도있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술은 그냥 탄생하지 않았다.
그들의 작품을 향한 열정은 정말이지 경이로울 정도다.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탐색하고 확장해 가는가를 보면서. 그들은 미술 작품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창조해가지 않았나 싶다.

가난, 차별, 전쟁, 불인정 등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하는 그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코메티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매우 흥미롭지만, 진실은 훨씬 더 흥미롭다. 작품을 많이 할수록 사물들은 점점 더 다르게 보인다. 즉, 모든 것이 매일 위엄을 얻고, 점점 더 미지의 것이 되며,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p.190)

젊은 날 고군분투하며 어렵사리 자기만의 예술 스타일을 창조하고 '추상 조각가'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내려놓고 다시 순수한 출발점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한 그가 특히 위대해 보였다. 그는 결국 오랜 시간 끝에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예술가로 거듭난다. 그리거나 조각하는 행위를 끝없이 반복하며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향해 멈추지 않는 그를 보며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의 친절하고 유쾌한 설명에 미술과 훨씬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대로 당장 미술관에 간다면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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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 - 예일대 출신 김기영 교수의 교육 담론
김기영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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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새로운 시대는 어떤 인재를 요구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공감이 가면서도 반가워서일까. 게다가 읽기 쉽고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페이지가 확확 넘어갔다.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미리 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 있다.

P.12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엄마들에게는 지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를 위해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는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필수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키워드로 요약해 본다면, "독서, 운동, 영어, 수학, 자기효능감, 창의력, 메타인지, 끈기, 역량, 코딩, 금융 조기 교육, 국제학교"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건 독서와 수학이 아닐까 싶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나 보다.

p.78
참 재미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가장 본질적인 것들은 무한한 영속성을 갖는 듯하다. '독서=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공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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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가 들려 - 청소년이 알아야 할 우리 역사, 제주 4·3
김도식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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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이 막 치밀어 오를 정도로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이며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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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가 들려 - 청소년이 알아야 할 우리 역사, 제주 4·3
김도식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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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주에
시대의 아픔이 덮쳤던 공포스러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이 당시의 비극을 아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된 제주 4.3 사건의 진실과 그 뒤에
가려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당시 제주도민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어요.
납작 엎드려 있거나,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거나.

p.43
1945년 8월 15일,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물러나고 그토록 바라던 광복이 찾아왔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계양되어 있던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올라왔다. 남한에는 미군정이, 북한에는 소련의 붉은 군대가 주둔하게 되었다. 제주도에도 미군들이 들어왔다. 그 많던 일본군은 무기를 땅이나 바다에 버리고 제주도를 떠났다. 그렇게 해방을 맞이했지만,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친탁이냐 반탁이냐, 좌익이냐 우익이냐로 갈라져 사회는 한껏 혼란스러웠다.

1947년 제주도에서 있었던 3.1절 기념 행사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기마 경관이 탄 말에 어린아이가 차여 도랑에 빠졌고, 도망가는 경관 뒤를 흥분한 군중들이 쫓아갔죠. 그리고 경찰들 사이에서 누군가 총을 쐈어요. 탕탕. 탕탕탕탕. 그 일로 아기 엄마를 포함해 여섯 명이 죽습니다.

그때부터 무차별적인 폭행이 자행되었어요.

1948년 4월 3일 이후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무장대가 반란을 일으켰고, 그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까지 대량 학살됩니다. 어른도 여자도 노인도 아이도.

p.127
살아남은 사람들은 널브러져 있는 수백 구의 시신 앞에 넋을 잃고 주저앉았다. 여기저기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문도 모른 채 이웃들이 처형되고 마을이 불타 없어지는 걸 보며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요. 아무리 혼란스러웠던 시기라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는 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습니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흘러가는 이 소설을 따라가는 동안 제 감정은 소용돌이쳤어요. 청춘의 순수함과 아름다움, 무력감과 분노, 슬픔과 비탄. 지나가버린 시간 속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저 두들겨 맞아야 했던 죄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세상이 어찌 이리도 잔인했을까요.

이런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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