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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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조지은 작가가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다. 띠지에 나온 "드라마처럼 재미있고, 다큐멘터리처럼 사회성 짙은 소설"이란 말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소설은 대한민국 교육의 성지, '금묘아파트'라는 가상의 배경으로 펼쳐진다. 금묘아파트 입구에는 '금묘'라 불리는 황금 고양이상이 있다. 그들은 이 금묘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믿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금묘의 수염 세 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체 누가 그랬을까?

이곳에 사는 부모는 교육열이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를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중학생 딸을 키우는 세 엄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국내 최고의 로펌 변호사로 일하는 울트라 슈퍼맘 403호 김진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서울대 나온 경단녀 엄마 303호 봉선아.
강남 빌딩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유학파 203호 안미아.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아이가 '1등'을 하는 것과 '서울대'에 가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이 모든 부모에게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공부만이 살 길이다"라는 식의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는
불편하고 안타깝다. 아이들의 재능은 다양한데 말이다.

그런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잘 풀어내 소설 초반에는 불편함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후반에는 뭉클함과 시원함을 안겨준다. 특히 303호 봉선아가 유학을 결정하며 한참을 울 때는 덩달아 울컥했다.
드디어 아이의 시험에만 목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는 많은 스트레스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과의 소통에서도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교육 스트레스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모두 명문대병 혹은 의대병에 걸렸다. 이 병에 거의 모든 엄마가 감염되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 병을 더 이상 인식의 변화로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p.239)

소설은 세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교육의 의미, 진정한 가족의 역할,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엄마, 세상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데 나는 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학원을 돌며 수업만 들었던 걸까? 억울해." (p.294)

애처로운 수지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도 울려퍼지길.
그래서 아이들에게 좀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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