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번쯤은 체스키크룸로프

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번쯤은 체스키크룸로프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체스키크룸로프는 동유럽 신혼여행 중 잠시 방문했던 작은 도시이다.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마을 전체가 지정되기도 한 곳이라,

관광객도 참 많은 도시,

그 곳은 사실 에곤 실레의 흔적도 있는 곳이다.

신혼여행 중 오스트리아에서 본 그의 그림은,

독창적이면서도 표현력이 있었고,

외롭고 우울한 듯 하면서도 따뜻하고,

무언가 늘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레오폴드 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그의 그림을 접하면서,

처음엔 그의 인물화를 주로 접했지만

차츰 풍경화도 보게 되었다.

인물화는 무언가를 왜곡하며 표현을 하고 있다면

풍경화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묻어나

딴 사람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그가 이런 안정적인 마음을 가진 곳이 어딜까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체스키크룸로프에 가서 그의 흔적을 일부나마 볼 수 있었고,

표현주의 화가인 에곤 실레와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도시 체스키크룸로프가

무언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듯한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만난 책, 제목부터 너무 멋진, 끌린 책,

에곤 실레를 사랑한다면, 한번쯤은 체스키크룸로프.

저자는 반나절이면 다 도는 도시인 체스키크룸로프에 40일간 살면서

에곤 실레의 흔적을 느꼈다.

이 책은 그녀가 찾은 에곤 실레의 흔적을 담담한 말투로 적은 에세이 투의 에곤 실레 평전이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사랑과 인정은 평생 받지 못했던 에곤 실레.

어쩌면 그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그림은 이런 가정 환경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발리 노이즐과 사랑이 식어가면서

에디트 하룸스에게 구애를 할 때

그 편지를 전달해 준 사람이 발리 노이즐이었다는 것이 쓰여있는 부분에서

나는 뜨악, 경악하고 말았다.

대체 에곤 실레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노이즐은 그의 부탁을 들어줬을까.

노이즐은 어쩌면 그를 인간적으로 연민했을지도 모르겠다.

에디트가 임신한 채로 사망했을 때,

에곤 실레가 턱을 떨며 울었다는 장면에서는

나도 눈시울이 함께 붉어졌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따뜻한 가정을, 평생 가져보지 못했구나.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그린 '가족'이라는 그림을 보며

내 앞에서 웃고 있는 8개월 아기에게 한 번 더 웃어주게 되었다.

매력적인 화가, 에곤 실레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이 책,

사실 오스트리아나 체코 여행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기도 하다.

이 책을 읽었으니 에곤 실레의 그림을 또 만난다면,

더 자세히 보며 그를 느껴봐야겠다!

(체코나 오스트리아 여행가시는 분들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