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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二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곤 실레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2월
평점 :
작년 출산 전,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첫번째인 3월: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를 읽으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시화집 시리즈는 내가 천천히 모으며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바쁘게 살다가
다시 만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그 시리즈 중 마지막 권인 2월!
이번 시화집은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작품과 함께 16명의 시인들이 꾸며 주었다.
나는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동유럽 3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안그래도 미술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열심히 작품을 찾아다녔고,
에곤 실레의 작품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굴곡진 선과 거침없는 터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하는(표현한) 에곤 실레의 작품은
에곤 실레가 실제 삶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동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마음 한쪽이 헛헛했었다.
에곤 실레는 나에게 아련한 마음이 드는 그런 화가였다.
그런 그의 작품과 함께 만난 16명의 시인.
윤동주, 백석, 정지용, 김소월, 한용운, 홍사용, 권환, 변영로, 윤곤강, 노천명, 장점심, 조명희, 크리스티나 로세티, 료칸, 고바야시 잇사, 가가노 지요니.
시와 그림의 만남은 너무나 달콤한 것.
너무 크지 않고 두껍지 않은,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며,
한 구절 읽고 곱씹고 생각하고 또 꺼내서 한구절 읽고 곱씹고 생각하고 하기 좋은 크기.
매일 시 한편과 함께 에곤 실레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 재미.
바쁘다면 바쁜 육아의 일상 중, 잠시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하는 여유를 갖게 해주는 고마운 책.
나머지 시리즈도 꼭 갖고 싶다.
너무 사랑스러운 시화집.
선물용으로 (작년에 이어)다시 한 번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