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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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라는 압도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첫 문장에서 무시무시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문맹 유니스가 가정부로 들어가 커버데일 가족을 죽이기까지를 되짚어봅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물의 배경과 가정부가 되기까지의 묘사가 대단합니다. 로필드 홀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나 커버데일 가족에게 자신의 비밀을 감추는 이야기에서도 캐릭터가 생생히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기분 나쁜 꾸물거림이 독자를 붙잡습니다. 평화롭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첫 문장에서 나왔습니다. 피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흘러가는 이야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도 잊을만하면 결말을 암시하며 조마조마하게 몰아갑니다.

후반으로 가면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초반보다 위기감이 더 깊어지지 않습니다. 앞에서 익숙해진 정도의 사건이 다시 나타나는 정도고, 유니스도 초반의 묘사에서 별로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결말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사건을 일으킬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변모를 보이는 건 공범인 조앤입니다. 조앤은 점점 더 미쳐가고, 커버데일 가족과 불화를 일으키고,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함을 몰고 옵니다. 하지만 조앤은 유니스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저 미치광이 같아서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앤이 유니스의 성향에 영향을 줬거나, 유니스가 사건을 발화시켰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유니스가 중심인물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건이 터지는 경위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조앤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이고, 유니스도 그저 충동으로만 일가족을 죽인 것 같았습니다.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저 첫 문장의 무게감을 뒷받침하는 묘사는 아니어서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남은 결말까지의 수사 과정은 지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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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요정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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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청춘 미스터리입니다.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고통스러운 청춘을 맛보여주는 씁쓸한 소설입니다.

1장은 유고슬라비아 소녀 마야와 일본 고등학생 아이들이 보낸 2개월을 보여줍니다. 산뜻한 이야기라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3개의 미스터리가 등장합니다. 비 맞는 남자는 일상 미스터리 도입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홍백 만주와 샐비어를 보고 한 추리도 좋았습니다.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추리지만 약간 긴장감도 느껴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신사에서 만난 미스터리는 별로였습니다. 일본어를 단서로 하는 미스터리라 이해 못하고 그냥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장에서는 유고슬라비아의 전쟁 소식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고, 마야도 떠납니다. 주인공에게도 큰 변화가 있는데 유고슬라비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심경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2장에서도 미스터리가 하나 나옵니다. 송별회에서 각자의 이름이 이야깃거리로 오르고 수수께끼를 하나 풀게 됩니다. 이것도 일본어 관련이라 재미없었습니다.

3장에서는 회상이 끝나고 마지막 미스터리가 풀립니다. 과거의 대화들을 단서로 해서 마야가 어디로 돌아갔는지를 추리합니다. 제 취향의 추리물은 아니어서 애매했습니다. 5개 미스터리 중 절반 정도 만족한 셈입니다.

주인공과 사건에 주목해서 보면 이국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번민, 무력감을 느끼는 이야기입니다. 미스터리를 푼다고 뭐든 해소되지는 않는, 현실의 벽을 깨닫는 청춘소설입니다. 주인공의 동경에 공감하지 못했고 취향에 안 맞는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과 현재의 대비가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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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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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이해되지 않는 소설은 재미가 없습니다. 억지로 읽어도 글자는 글자일 뿐, 읽어도 안 읽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을 보다보면 자주 겪는 일이고 거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은 멀게 느껴집니다. 중학생 이야기에 공감할 게 있겠나 싶어서 손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중학생입니다. 소중한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들춰보는 엄마가 싫습니다. 눈치없는 선생님이 짜증납니다. 파벌에 집착하고 가식적인 학교 아이들에 상처받고 분노합니다. 그래도 벗어나기는 불안합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습니다. 흥미를 끄는 건 뉴스에서 본 또래 아이들 사건, 죽음에 가까운 이미지들입니다. 어딘가 꼬인 아이가 아닙니다. 우리들 마음 한편에 있을 법한 아이입니다. 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면 동아리 활동이나 축제같은 이야기가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것보다는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닿아있습니다. 공산품 정서는 닿지 못하는 곳을 주문제작 수공예 비뚤어짐으로 어루만집니다.

위태로운 소녀 고바야시 앤의 심리가 생생합니다. 여기에 살인 주문이 더해집니다. 아무도 앤을 이해하지 못하던 세상에 다른 반응이 나타납니다. 같은 반 남학생 도쿠가와입니다. 도쿠가와의 일면을 알게 된 앤은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말해 버립니다. "날, 죽여주지 않을래?" 두 사람만의 비밀이 시작됩니다. 자신이 살해당할 계획을 세우는 사춘기 소녀 이야기, 이 정도면 페이지를 넘길만하지 않습니까?

사실 미스터리적인 면은 거의 없는 성장소설인데 장르같은 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동치는 청춘을 포근하게 감싸는 시선이 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녀가 소년을 만난다는 재료가 츠지무라 미즈키 손을 거치니 이런 맛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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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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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가 필요할 때 읽을만한 단편집입니다.

방울벌레
방울벌레를 이용해 분위기를 잡긴하지만 이야기가 밋밋합니다. 별로였던 단편.

짐승
단편에 적합한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요이기츠네
괴이하긴한데 인상적이진 않은 애매한 단편입니다.

통에 담긴 글자
애매한 전개에 의문을 남기고 끝나는 단편. 별로입니다.

겨울의 술래
일기를 거꾸로 보여줘서, 과거 사건을 충격적으로 보여줍니다. 취향에는 맞지않았지만 강한 이미지를 줍니다.

악의의 얼굴
섬뜩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개에 끼워맞춘 듯한 S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공포를 심는데 성공했습니다.


6개 단편 중에 '짐승', '악의의 얼굴' 2개가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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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클레이튼 로슨 지음, 장경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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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들이 나오는 고전 밀실 미스터리입니다. 형사와 탐정이 입씨름하면서 극을 이끌고 가는데 재미는 없었습니다. 탐정이 쓸데없이 말이 많습니다. 지루한 면이 많고, 현대 독자가 읽을만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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