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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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29년 작으로 애거서가 초기에 쓴 모험소설 중 하나입니다. "비밀 결사", "갈색 양복의 사나이", "침니스의 비밀", "빅 포" 같은 유형으로 이 소설들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비밀스러운 조직이 음모를 꾸미거나 어떤 물건을 탐내거나 합니다. 이들의 실체나 목적은 빈약하고 허술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독자가 몰입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발 가는 대로 행동하지만, 사건은 알아서 풀리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청혼 장면과 로맨스도 항상 나옵니다.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또한 이런 공식을 따르고 있으며 특히 재미없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침니스의 비밀" 스핀오프 작이기도 합니다. 4년 뒤 침니스 저택을 무대로 번들과 배틀 총경 등이 등장합니다.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에 매력을 느끼기 힘듭니다. 번들은 작품 초반 몇 장면을 제외하면 아무런 개성을 느낄 수 없는 주인공입니다. 중반 이후로는 사건 흐름에 묻힌 채 별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배틀 총경은 존재감이 없다가 마지막에 설명만 장황하게 합니다. 중심인물이나 사건이 끝까지 흥미를 끌거나, 재미있는 장면이 있거나, 복선이 적절하게 들어가면 그래도 볼만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모두 부진합니다. 작품이 산으로 가다가 뒤늦게 설명을 쏟아내고 마무리 짓는 느낌입니다.

애거서는 1920년대만 해도 수많은 소설을 썼습니다. 이 중에는 글 써지는 대로 급하게 낸 듯한 것들도 있습니다. 훗날 위대한 작가가 되어 전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날 독자가 접할 일도 없었을 법합니다. 100년 뒤의 독자가 그 당시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작가 생활을 위해 그렇게 많은 소설을 써야 했던 게 아니었나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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