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열차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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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작으로 단편 '플리머스 급행열차'를 확장한 장편입니다. 푸아로가 나오는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 벌써 장편 다섯 권에 단편도 다수 나왔으니 바쁜 탐정입니다. 이 작품에서 푸아로는 은퇴한 것으로 나오지만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사건에 뛰어듭니다.

처음으로 3인칭으로 쓰인 푸아로 소설입니다. 충직한 하인 조지가 몇 장면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수사합니다. 이제 헤이스팅스 없는 푸아로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사건 이전에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장면 전환을 자주 사용하며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짧은 장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툭툭 끊기지는 않습니다. 각자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연결고리를 하나씩 내보여 관심을 이어갑니다. 남녀 사이 갈등, 재산, 보석 등이 적절히 흥미를 유지하면서 인물들이 교차해 전체 관계도를 그려냅니다. 각 장면의 대화에는 배경이나 성격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그린 세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세련되면서 애거서의 역량을 볼 수 있는 시작입니다.

등장인물 중에는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온 캐서린 그레이도 있습니다. 이후 마플 여사의 활동 무대가 되는 세인트 메리 미드가 이 책에서 등장한 것도 팬들에게 재미있는 점입니다. 여기서는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그냥 시골 마을로 등장합니다.

중반엔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수상한 용의자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며 용의자를 점점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그런데 용의자가 체포된 후에 재미가 팍 줄어듭니다.

이야기 중심에 있던 인물이 퇴장했는데 소설은 끝나지 않습니다. 후반에 남은 인물들 사이는 관계도 약하고 갈등도 없습니다. 그저 자리를 지키면서 푸아로의 대화 상대 역할만 할 뿐입니다. 초반에 비중 있게 다뤄서 뭔가 할 것 같던 인물도 비중이 없어집니다. 후반은 푸아로가 돌아다니며 사건 수사하는 이야기가 따분하게 이어집니다. 독자와 같은 위치에서 참여하던 헤이스팅스도 없습니다. 푸아로 혼자 사건을 따라가고 있는데 독자는 둥둥 떠서 손이 닿지 않는 느낌입니다.

초반에 독자를 끌어들인 인물들이 뒤에 가면 주변으로 밀려나서 흥미를 잃었습니다. 소설이 마지막 장에 가까워질수록 뭔가 해줬으면, 이거 이대로 끝나면 아쉬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대로 아쉽게 끝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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