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 개정판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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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몇 해밖에 안 살았지만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안 그러니?" - P195

작은유진이가 눈을 감더니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작은유진이의 춤은 그 애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은 듯했다. 작은유진이는 더 이상 집에서 도망 나온 애가 아니었다. 학원 대신 춤추러 다니던 애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애도 아니었다. 그래서, 반항이든, 자학이든, 자포자기든, 그래서 춤을 추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냥 춤이 좋아서 춤을 추는 아이일 뿐이었다. 춤은 그 애를 자기 자신으로 돌려놓았다. 춤을 추는 그 애의 표정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 애의 춤은 그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 애의 언어 같았다. 우리는 그 애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함께 춤을 추었다. 작은유진이에 비하면 우리의 춤은 어설픈 막춤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우리는 각자의 몸짓으로 완벽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바람이 우리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보기 좋게 날려 주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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