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오치 쓰키코 지음, 한나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읽고 싶었다. 20대 여자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여자이기보다는 세상에 그저 하루하루를 맞춰가기 급급한 이미 나라는 존재자체가 희미해지는 일상속에 살아가며 지금을 살아가는 나, 여자로 살아가는 나를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여자를 너무나 섬세하게 그려낸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라는 오치 쓰키코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책은 다섯 명의 여자들이 마치 이어진 옴니버스 식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각편의 주인공들의 이름이 계속 반복되거나 이어져 있어서 읽는 동안 다시 앞으로 가서 이름을 확인하면서 읽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일본이름에 익숙치 않아서 더욱 더 그런 혼동이 생겼던 것 같다. 각 편 제목들에 친절하게 그 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넣어주었으면 읽기 편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구성상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녀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너무나 섬세했다. 마치 그 나이의 그런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내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법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들의 심리와 상황들이 매우 진실했다. 특히 '달맞이꽃' 편에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묘사가 누군가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려본 사람의 심리상태를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던 점이 탁월했던 것 같다.
마흔을 직전에 둔 여자들의 심리는 서른을 직전에 둔 여자들의 심리와는 상실감의 크기 부터가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이 들어감을 느끼는 여자의 마음은 불안감과 위기감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동일하지 않을 까 싶다.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 나이가 되면 어찌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저절로 다잡게 되었다. 시간의 무게는 내 힘으로 덜 수가 없는 것이기에 앞으로 다가올 그 시간들을 위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가의 책을 접해 전작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인 것 같은 생각에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어떻게 보면 가련하기 까지 한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시간들이 현재의 나와 그리고 미래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