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
양소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시절 커피 하면 어른들만 마시는 음료, 아이들이 마시면 절대 안 되는 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수학여행 때 몰래 마신 캔 커피가 일탈의 하나로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후 고등학교시절 친구와 명동에 놀러갔다가 호기심에 들어갔었던 사람이 북적거리던 커피숍에서 납득할 수 없었던 커피의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 나오면서 커피숍 커피=비싸다. 라는 인식이 생겼었다. 그게 나의 첫 커피와 커피숍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커피를 하루에 꼭 한잔 이상 마셔야 되는 어린 시절의 나의 기준으로 따지면 '어른'이 되었다. 또 커피를 마시는 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자유, 평안함, 행복감의 '공간'을 마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공간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에 쏙 드는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그 공간에 애정이 생기면서 각박한 일상 속에서 고생했던 '나'를 꺼내서 쉬게 해줄 수 있다. 나에게 그런 공간들의 천국은 바로 '홍대'이다. 감탄 할 정도로 예쁘고, 개성강한 공간들이 즐비한 그곳 홍대는 아마 서울에서 내가 가장 제일 즐거워하는 곳일 것 같다.

그러나 거리상의 문제와 게으름의 문제로 인해 그렇게 좋아하는 곳을 자주 가진 못한다. 그리고 가더라도 나의 모험심은 내가 어렵게 처음을 경험했던 장소만에 한정 되어 있고, 더 나아가질 못한다. 들어가고 싶은 곳들은 천지인데 괜히 들어갔다가 실망하거나, 아님 나와 어울리지 않아 민망한 곳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홍대를 좋아하면서도 그리 꽤 여러 장소를 돌아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정말 실용적인 책 한권이 나타났다. 바로 '홍대 앞 뒷골목'이다. 직접 홍대에 사는 글쓴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공간을 가득 담아놓은 일종의 안내서 같은 것인데, 책을 보자마자 여러 이유로 그동안 자주 못 갔던 홍대가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흥분이 느껴졌다. 정말 필요한 부분만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이 책 속에서 내가 가봤던 곳은 단 두 곳 뿐이었는데 내가 가본 곳에 대해 몰랐던 것 까지 다시 알게 되니까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고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서 홍대는 보물섬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제 이 보물지도가 생겼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책을 읽고 친한 친구들에게 문자를 했다. 홍대에 가자고... 힘든 일상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 한권으로 오랜만에 기분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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