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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심리학에 대한 나의 관심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학부 때 심리학과 관련된 교양과목은 거의 모두 찾아 들은 것 같다. 처음엔 타인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였지만 후에는 '나'를 위하여 심리학이 꼭 필요한 것임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아닌 세상에서 시련을 겪을 때 마다 마음의 어느 한구석에 상처가 하나 둘 생기면서 나는 무언가에 압박감을 느끼고 불안하고 원래의 '나'를 감추는 그런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한 둘씩 마음의 병으로 인하여 '평범'에서 벗어나 '병'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것들을 겪는 것을 보면서 심리학, 글자 그대로 마음의 이치를 아는 이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 있으면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읽는 편이다. 심리학을 모토로 많은 유혹적인 제목의 책들을 접했는데 이 '도시 심리학' 역시 매우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온 제목의 책이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도시를 벗어나 본 적 없는 말 그대로 '도시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 이 매혹적인 책은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부제로 나를 사로잡았다.
책은 우선 표지부터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용 역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가끔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 너무 이론적인 잣대와 병리학적인 시각으로 쓰여서 읽는 것 자체가 곤욕이 되게 만들어 버리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달리 저자의 서술로 마치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그리고 심리학 이론 역시 생활 속에 다양한 예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어서 재미는 물론 지적인 욕구 또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인 섹션별 분류는 처음부터 쭉 그냥 책을 읽기 보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부분부터(나는 욕망의 가속도부터 읽기 시작했다.) 읽어도 금방 쉽게 다른 부분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말 그대로 이 도시에서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심리적 현상들을 공감할 수 있고, 충분히 겪을 수도 있는 예를 통해서 심리학적 이론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있다. 숨막히는 도시에서 적은 타인이 아니라 결국 '나'이다. '나'를 아는 것이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의 심리가 나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도시 심리학'은 나에게 도시를 살아가는 것의 또 다른 이면을 알게 해준 재밌는 '심리학'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