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상 이라는 타이틀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에 의해 뭔가 검증이 된 책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기 때문에 그런 타이틀에 책을 주로 눈여겨 보는 편이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상의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이 '태양의 탑'은 여느 상들보다 보다 매력적인 문구의 상을 수상해서 보는 순간 신뢰도 +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바로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 수상작] 그리고 아리송해 보이는 책의 표지도 이 책이 "나는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를 계속 나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태양의 탑과 판타지라.. 책에 대한 나의 첫 기대 스토리는 탑이 나오니까 현자나 은자가 주인공이고 뭔가 반지의 제왕같은 분위기의 시대와 인물들이 등장하여 무언가를 무찔르거나 이루려고 하는 그런류의 스토리였다. 그러나 책 첫 페이지를 일고 다음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정말 멍했다. 시대는 현대, 마법과 공주는 온데 간데 없고 매우 오타쿠스러운 정말 궁상맞은 느낌의 주인공이 정말 말 그대로 1인칭주인공시점으로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말그대로 읽는 내내 신선했다. 정확히 말하면 예상 스토리와 달라서 실망한게 아니라 더 재밌고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게 아주 즐겁게 읽었다. 판타지...그 무궁무진한 어휘의 뜻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 책은 가상의 세계지만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와 인물들이 아닌 정말 지극히 현실에 있을 법한 남자들의 '망상'을 바탕으로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가? 망상이라니...

 

 교토대에 다닌 주인공은 자기와 한때 연인이었지만 헤어진 여자 '미즈오'를 연구한다. (사실 읽는 내내 둘이 정말 사귀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지만..) 말이 연구지 다분히 스토커 스러운 그의 행태는 곧 그녀를 사모하는 엔도라는 남자의 저지로 방해받게 되고, 주인공과 별반 다르지 않는 궁상맞고 음울한 친구들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그렇고 그런 정말 찌질한(이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인물들의 망상이야기....


 

"우리 일상의 90퍼센트는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사카마의 이 대사한마디로 이 책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망상은 경박스럽지 않다. 허무맹랑하지만 어쩐지 그 허무맹랑한 망상을 나도 모르게 납득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보는 내내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혀 읽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한테 권해주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은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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