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엔 "알파걸" 이나 "골드미스" 같은 단어가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인정받는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의 모습이 이 시대 여성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나도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인정받는 그런 여자가 되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내가 봐온 많은 책들은 어떻게 하면 그런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이 되는지를 열심히 설명해주었고 나는 그것에 맞추어 조금이라도 닮아보려 그런 책들을 읽고 또 읽었던 것 같다.
"여자를 위한 헝겊토끼 원칙" 이란 책 제목, 와인색의 이쁜 표지를 보며 이 책은 또 나에게 이상향의 여자가 되는 또다른 방법을 알려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제목부터 헝겊토끼라는..다소 동화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 그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나에게 어떻게 하면 세상이 인정하는 여자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를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숨가쁘게 '여자' 로 살고 있는 나에게 위로를 해주기 위한 책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보다는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위해 살고 있는 나에게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그저 누구의 누구가 아닌 본연의 나를 내가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나를 억압하는 잣대..(저자는 이를 딴지쟁이라고 표현했다.)들 속에서 얼마나 발버퉁쳤을까...
빠듯한 하루하루의 틈 속에서 읽었던 책이라..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던 나에게 많은 힘이 되 주었다.
책의 저자 토니의 경험들과, 그녀의 상담들 속에 여자들과 나는 매우 많이 닮아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 때론 자상하게 때론 엄하게 꾸짖고 있다. 각 섹션별로 조그마한 실험들도 소개되고 있는데 거창하지 않고 지금 당장 집에서 실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여자로 살기 편해진 세상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 세상이란 잣대속에서 어쩌면 '여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걸 강요받고 있지는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잊어 버리는 그 순간순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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