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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성석제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는데....

표지가 예뻐서 무심히 넘겨본 '작가의 말'에 반해서 구입했다.

"'농담 유전자'는 인류의 조상이 후손에게 물려준 생존에 불가결한 유전자이다!!"

ㅋ 농담 유전자라니.

성석제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성석제의 말대로 인류에게 '농담 유전자'라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유전자지도 같은 것을 그려본다면,

요즘 시대는 그야말로 이 농담유전자가 급격히 퇴화해버린

농담 유전자의 빙하기로 남지 않을까 싶다.

 

험악한 말, 서로를 비방하는 말들만이 오가고,

다들 짜증과 피곤에 쩌들어 있는 듯한 세상.

모두들 유쾌한 농담도 한 치의 여유마저도 포기하고,

이젠 그따위는 아무에게도 기대하지도 않겠다는 듯한 분위기.

 

농담과 웃음, 여유 따윈 정말 TV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가끔씩 하곤 했다.

그런데 표지의 퉁퉁한 아저씨의 모습이 하도 한갓지고 여유로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집어들게 된 이 책.  

잠깐이지만 정말 이웃집 슈퍼마켓 아저씨와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개, 자전거, 바둑, 생맥주.....이런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에 담긴 것들을 아줌마처럼 집요하게, 끈끈하게 잡아내는 그의 시선, 그의 농담!!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이 대개 그러하듯이,

담담하고 평범한 와중에 문득,

 자신만의 플래시를 반짝~하고 터뜨려 발산해내는 

그의 환한 웃음이 반갑고도 따뜻하다.  

 

훗,  나 아무래도...  이 아저씨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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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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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먹물들이 너무 많다.

말과 행동에서 은은히 묵향이 배어나는 고상한 먹물들이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자신의 독서량을 과시하면서 말끝마다 되도 않게 책구절을 인용해대는

가짜 먹물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꿀릴 때마다 내뱉는 단골 대사 시리즈!

'너 지금까지 책 몇 권이나 읽었냐?'

'세상에! 너 아직까지 이 책도 못 읽어봤냐?'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빨리, 남들 읽은 책은 덩달아 따라서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듯하다.

이 책에서 히라노는 유쾌 통쾌 상쾌하게 그딴 거 다 쓰잘 데 없으니 내던지고,

찬찬히 재미나게, 남 눈치보지 말고 책을 읽어보자고 말한다.

처음엔 이런 히라노의 주장과 재담(?)이 재미있어서 한 장 한 장 넘겨봤는데,

어느 새 '슬로 리딩 테크닉'편과 '실천편'에 이르러서는, 그가 진지하게 일러주는 책 한 페이지, 한 글자까지 낱낱이 빨아들이는 히라노 식 슬로 리딩 독서법을 옹골차게 배워가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면 책이 얼마가 쌓여 있느니, 지금까지 자기가 어려서부터 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느니 하는 말이 얼마나 우습고 별볼일 없는 이야기들인지,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구제불능의 꼴통들인지 이제 알 것 같다.

책을 맛있게, 멋있게 읽는 진짜 독서가가 되는 법!

그리고 어딜 가든 먹물티 안 내고, (히라노 식 표현에 따르자면) '다른 사람의 흥미를 끄는' 멋진 독서가가 되는 법!

 살짝 한물 갔다고 생각할 뻔했던 히라노 형님께

정말 제대로 배웠다!

'책'에 대한 '책' 중, 단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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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야기라 유야가 주연한 영화 원작이라고 해서 읽기 전부터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별볼일 없는 고딩들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사연을 의뢰받아, 상처의 현장에 대신 붕대를 싸매준다......

이 줄거리만 들었을 때, 

느닷없이 전에 고두심이 출연했던 <꽃보다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치매에 걸려버린 고두심이 자신의 가슴에 시뻘건 빨간약을 떡칠하면서, 미쳤냐고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소리지르는 자식들을 향해 멍한 눈으로 던진 한 마디......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이 빨간 약 바르면 괜찮을 거 같아서..."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받으면서 산다.

아무리 못돼 보이고 독해보이는 사람이라도,

한 병의 빨간 약으로도, 한 타래의 붕대로도 다 치료할 수 없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붕대클럽>은 그냥 누군가가 상처받고 울고 있다면,그 상처를 둘러싼 상황이나, 그 사람의 배경,조건 같은 건 따지지 말고, 그냥 가만히 공감하고 위로해주자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과도한 센티멘털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또 '무조건 만사 OK!'라며 현실을 호도하지 않으면서도, 이 소설은 상처에 대해, 치유에 대해 조용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마음에 빨간약 바르고,

붕대 칭칭 감고 싶은 일들만 자꾸 생겨나는 요즈음.....

소설이란 것이 때론 정말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용을 해주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 따뜻하고 기분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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