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야기라 유야가 주연한 영화 원작이라고 해서 읽기 전부터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별볼일 없는 고딩들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사연을 의뢰받아, 상처의 현장에 대신 붕대를 싸매준다......
이 줄거리만 들었을 때,
느닷없이 전에 고두심이 출연했던 <꽃보다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치매에 걸려버린 고두심이 자신의 가슴에 시뻘건 빨간약을 떡칠하면서, 미쳤냐고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소리지르는 자식들을 향해 멍한 눈으로 던진 한 마디......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이 빨간 약 바르면 괜찮을 거 같아서..."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받으면서 산다.
아무리 못돼 보이고 독해보이는 사람이라도,
한 병의 빨간 약으로도, 한 타래의 붕대로도 다 치료할 수 없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붕대클럽>은 그냥 누군가가 상처받고 울고 있다면,그 상처를 둘러싼 상황이나, 그 사람의 배경,조건 같은 건 따지지 말고, 그냥 가만히 공감하고 위로해주자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과도한 센티멘털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또 '무조건 만사 OK!'라며 현실을 호도하지 않으면서도, 이 소설은 상처에 대해, 치유에 대해 조용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마음에 빨간약 바르고,
붕대 칭칭 감고 싶은 일들만 자꾸 생겨나는 요즈음.....
소설이란 것이 때론 정말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용을 해주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 따뜻하고 기분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