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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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희박한 아름다움을 좇아 마침내 시에 도착하는 이들의 이야기"
<우리는 순수한 것들을 생각했다>는 한국 시 번역가 7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인터뷰 산문집이다.
저자는 '시가 좋아서 무작정 시를 읽고 자발적으로 다른 언어로 번역해 퍼나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시 번역가들을 단번에 찾아간다.
그들의 삶에 밀착해 있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비롯해 '소수성'과 '자기 돌봄', '감탄하는 능력'과 '운동으로서의 예술'을 키워드 삼아 얘기한다.

와닿는 문장
47p/ 시 번역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113p/ 무언가를 이겨내려면 그 힘은 공동체에서 온다.
208p/ 나도 생의 한 시절을 시로 버텼다. 시구를 연고처럼 바르거나 지폐처럼 넣고 다녔다. 시를 외우거나 베껴 쓰면서 하루치 불안을 달랬다.
208p/ 이 사람들의 글이 나에게 울림을 주는데, 그건 되게 본능적이고 진짜 몸으로 느끼는 거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받은 두 번째 도서다. 이번 달 도서를 고를 때 고민을 오래 한 편이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국경을 관통하는 시, 그리고 문학의 에너지
이 책은 한국 시를 제2의 언어로 번역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다. 번역가이자 정체성을 고민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의 무늬는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시'다. 나는 국경을 관통하는 '시' 그리고 문학의 에너지를 이 책에서 피부로 느꼈다.
이민자나 외부자, 혹은 경계선상의 인물로써 자기 정체성을 찾느라 번민할 때 마주친 시는 그들의 삶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뿐 만인가. 한국시를 번역하며 그들은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도 한다. 또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온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 언어를 번역하고 마음을 통역하다
문학 번역가의 일을 언어를 다른 언어로 도출해 내는 기계적 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를 번역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그건 '사람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것이 명명백백하다.
한국의 시는 사회와 문학이 긴밀히 연결돼있다. 따라서 이를 외국어의 문법으로 구사했을 때 단어 하나 혹은 띄어쓰기 하나로 뉘앙스와 메시지가 달라진다. 때문에 시 번역가는 누구보다 시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인터뷰어 중 '승미'는 번역을 몸으로 한다고 얘기한다. '번역하는 문장이나 대사들이 제 몸을 한번 통과해야'한다고.

이 책을 읽고 별개로 놀랐던 건 저자인 은유 작가다.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삶에 얹는 그 만의 코멘트가 따듯하게 다가왔다. 또한 대화 속에서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표현들을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이 참 부럽고 대단했다. 뿐더러 이 책을 읽으며 참 신기한 경험이다 싶었던 건, 제3자의 입을 빌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는, 이름 모를 독자일 뿐임에도 인터뷰어와 마치 하나가 되어 몰입했다는 점이다.

인터뷰 형식 산문집은 처음이다. 책과 대화한다는 게 일차원적이라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동시에 한국의 문학을 사랑하고 알려주셔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전하고 싶다.

210p/ 사람의 일이란 게 이렇다. 혼자서 하는 것처럼 보여도 순전히 제힘으로 성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은 관계의 날씨에 영향받는다.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굳어버린 마음도 적절한 계기가 주어지면 봄눈처럼 녹기도 한다. 최돈미 번역가가 한마디 말로 그의 마음에 온난 기류를 형성해 준 것처럼 말이다.

120p/ 한국 사회에서는 작가들이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각하고 쓰진 않아요. 나는 세계인과 어떻게 다른가,보다는 그냥 한국 사회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다른가를 고려하고 번역가로서 그걸 다른 맥락으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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