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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 이야기
송미경 지음 / 읻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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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p/ 명백히 웃을 만한 이야기인데도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그런 일들이 있다. 슬픔을 봉인한 채로 우스꽝스러워진 이야기들.
141p/ 드라마는 비록 삼류 드라마일지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은 도무지 아무런 개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172p/ 그는 과거의 모서리가 마모되어 좋은 기억만을 동그랗게 가지고 있다.
200p/ 늘 변하지 않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이었다고.


엄마의 잃어버린 동생 '메리 소이' 이야기는 어느 날 딸기맛 웨하스의 미미제과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보상금을 노린 수많은 가짜 '메리 소이'들이 집을 찾아오지만 가족들은 진짜와 가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메리 소이 찾기'라는 가족의 오래된 습관처럼 태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남는다.
평범함 뒤의 어그러짐에 의뭉스러움을 갖다 결국 아름다움을 느끼는, 어른들의 환상동화.

처음엔 소설의 흐름이 시처럼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세밀한 개연성보다는 작가에 의해 소설의 분위기가 더 추구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리송하게 책을 읽어나가다가도, 그 부자연스러움 속에서도 꾸준한 규칙적 리듬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온전히 송미경 작가의 색으로써 갈무리된다.

오랜 유실 존재는 어떤 시점 이후론 되려 안정감을 준다. '늘 변하지 않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200p)'이 되므로. 어쩌면 위태로움이 없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집(151p)'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잃어버린 메리 소이의 존재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가려진 제목의 뜻은 나를 안전하게 만드는 부동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 읻다 출판사 넘나리 2기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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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절반 읻다 시인선 15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박술 옮김 / 읻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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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횔덜린은 18-19세기 독일 시인으로 헤겔과 셸링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그는 정신착란을 앓기도 했는데,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생전에는 이목을 받지 못했다. 사후 그의 시가 낭만주의의 정형성을 점점 탈피하여 독일의 현대 시의 특징을 갖추었다고 재평가되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각 부마다의 흐름에 유의하며 읽을 때, 횔덜린이 생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총체 할 수 있다. 특히 4부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챕터의 휠덜린은 오직 사계절과 풍경을 소재를 반복해서 얘기한다. "저녁도 그에 대해 피어나고, 밝은 날들은 하늘로부터 하강한다, 날들이 생겨나는 그곳으로" 시인은 자연의 상들은 자꾸만 인간을 떠나지만, 한 해가 시작되면 반드시 다시 돌아오는 사계절의 순환을 얘기하며 우리의 삶이 수많은 기적이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고전 시를 읽다 보면 생소한 시어와 배경에 이해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고전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해준다. 때문에 어떤 것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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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시야는 밝은 차이들로 더 풍성해지고, 봄 하늘은 그 평화를 품고서 머무르네, 인간이 한 해의 감각을 방해 없이 바라보도록, 그리고 삶의 완전함을 유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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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이지선 북디자인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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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희박한 아름다움을 좇아 마침내 시에 도착하는 이들의 이야기"
<우리는 순수한 것들을 생각했다>는 한국 시 번역가 7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인터뷰 산문집이다.
저자는 '시가 좋아서 무작정 시를 읽고 자발적으로 다른 언어로 번역해 퍼나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시 번역가들을 단번에 찾아간다.
그들의 삶에 밀착해 있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비롯해 '소수성'과 '자기 돌봄', '감탄하는 능력'과 '운동으로서의 예술'을 키워드 삼아 얘기한다.

와닿는 문장
47p/ 시 번역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113p/ 무언가를 이겨내려면 그 힘은 공동체에서 온다.
208p/ 나도 생의 한 시절을 시로 버텼다. 시구를 연고처럼 바르거나 지폐처럼 넣고 다녔다. 시를 외우거나 베껴 쓰면서 하루치 불안을 달랬다.
208p/ 이 사람들의 글이 나에게 울림을 주는데, 그건 되게 본능적이고 진짜 몸으로 느끼는 거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받은 두 번째 도서다. 이번 달 도서를 고를 때 고민을 오래 한 편이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국경을 관통하는 시, 그리고 문학의 에너지
이 책은 한국 시를 제2의 언어로 번역하는 직업인으로써의 이야기만 담긴 게 아니다. 번역가이자 정체성을 고민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의 무늬는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시'다. 나는 국경을 관통하는 '시' 그리고 문학의 에너지를 이 책에서 피부로 느꼈다.
이민자나 외부자, 혹은 경계선상의 인물로써 자기 정체성을 찾느라 번민할 때 마주친 시는 그들의 삶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뿐 만인가. 한국시를 번역하며 그들은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도 한다. 또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온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 언어를 번역하고 마음을 통역하다
문학 번역가의 일을 언어를 다른 언어로 도출해 내는 기계적 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를 번역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그건 '사람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것이 명명백백하다.
한국의 시는 사회와 문학이 긴밀히 연결돼있다. 따라서 이를 외국어의 문법으로 구사했을 때 단어 하나 혹은 띄어쓰기 하나로 뉘앙스와 메시지가 달라진다. 때문에 시 번역가는 누구보다 시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인터뷰어 중 '승미'는 번역을 몸으로 한다고 얘기한다. '번역하는 문장이나 대사들이 제 몸을 한번 통과해야'한다고.

이 책을 읽고 별개로 놀랐던 건 저자인 은유 작가다.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삶에 얹는 그 만의 코멘트가 따듯하게 다가왔다. 또한 대화 속에서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표현들을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이 참 부럽고 대단했다. 뿐더러 이 책을 읽으며 참 신기한 경험이다 싶었던 건, 제3자의 입을 빌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는, 이름 모를 독자일 뿐임에도 인터뷰어와 마치 하나가 되어 몰입했다는 점이다.

인터뷰 형식 산문집은 처음이다. 책과 대화한다는 게 일차원적이라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동시에 한국의 문학을 사랑하고 알려주셔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전하고 싶다.

210p/ 사람의 일이란 게 이렇다. 혼자서 하는 것처럼 보여도 순전히 제힘으로 성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은 관계의 날씨에 영향받는다.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굳어버린 마음도 적절한 계기가 주어지면 봄눈처럼 녹기도 한다. 최돈미 번역가가 한마디 말로 그의 마음에 온난 기류를 형성해 준 것처럼 말이다.

120p/ 한국 사회에서는 작가들이 스스로 한국인임을 자각하고 쓰진 않아요. 나는 세계인과 어떻게 다른가,보다는 그냥 한국 사회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다른가를 고려하고 번역가로서 그걸 다른 맥락으로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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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 포션 6
이산화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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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는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물 중 여섯 번째 작품이다. 포션은 읻다 출판사의 장르문학 브랜드인데, 요즘 출판사들이 저마다 시리즈물을 출간하고 있는 추세인지라 흥미가 생겨 해당 도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산화 작가가 2022년 1월~12월까지 《고교 독서 평설》에 연재했던 작품을 엮은 초단편소설집이다. 단편이 아닌 '초단편'이라는 말 그대로 작품 한 편당 10-20페이지 내외이며, 각기 다른 열두 가지의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립적인 작품으로써의 성격도 지닌다.
따라서 짧고 굵게 독서를 하는 분들이나 SF 작품에 입문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SF의 고유한 재미라고 하면 역시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재미가 아니겠어요? 현실과는 다른 논리와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중략) 바로 그런 상상들이야말로 SF라는 장르가 전달할 수 있는 재미의 정수 일지도 모른다고 봐요.
작가의 말 - 155p

🌠 찰나의 세계
우선 이 작품은 깊이 있는 스토리 전개보단 찰나의 장면, 찰나의 메시지에 더 집중한다.
물론 초단편이라는 형식의 분량 상 깊이 있는 스토리를 면밀히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단편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면 바로 '몰입'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열두 가지의 세계를 만든 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세계의 장면을 이 짧은 지면 안에 담아냈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절정 장면 혹은, 결말 장면 같은 하이라이트 부분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 SF 적 사회 통찰
나는 이산화 작가가 SF를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작가라 느꼈다.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시의성에 적합한 부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제야 비로소 형혹은 아이들이 회의 내내 전혀 겁먹지도 긴장하지도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중략) 전신을 덮쳐오는 이 지독한 떨림조차도 그들의 예상 범위 내였으리라. 형혹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다. 터질 듯이 고동치는 심장에 쐐기를 박듯, 최후의 승리 선언이 벌벌 떠는 패배자의 정신을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그땐 평화가 행성들을 인도하고 - 29p

이 작품은 세대 갈등과 세대교체에 대한 공포, '요즘 애들'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가장 근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싶기도 했고, 공감 능력이란 소재를 필두로 두 세대 간의 대화가 박진했던 작품이다.

계절이 바뀔수록, 북반구 다음에는 남반구를 향해, 달콤한 환상은 차례차례 현실을 집어삼켜 갔다. 질병과 맞서 싸우기 위한 시스템은 맞서 싸우고픈 마음조차 들지 않는 행복이란 증상 앞에서 철저히 무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새끼 고양이였다 - 133p

이 작품 또한 팬데믹 사태를 염두에 둔 소설이다. 사회적 고립과 팬데믹으로 인한 행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과연 '종식'이란 것이 존재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퓨전 SF 소설?
사소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몇몇 작품에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무기라는 소재를 이용하며 '용이 돼버린 작은 아버지', 갑작스레 용이 될지도 모르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든지, '밤꾀꼬리 위원회'등 이런 한국식 요소를 사용한 부분이 위트 있었다 생각한다.

🌠 이스터 에그 찾기
작품을 좀 더 재밌게 읽는 법은, 소설 한 편을 읽고 <열세 번째>에 실린 각 작품 마다의 작가 코멘트를 곁들여 읽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단편 소설을 읽을 때 종종 써먹곤 하는데, 우선 아무 정보 없이 1회독을 하고 작가 코멘트를 읽고 다시 2회독을 해보는 식이다. 그럼 작품 내용이 빨리 휘발될 가능성도 적고, 다시 읽었을 때 얻는 작품의 재미도 있다.

작가의 말을 보고, 내 생각보다 숨겨진 이스터 에그가 훨씬 많았단 점에서 놀랐다. 특히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프로젝트명 등등 사소한 것에도 의미가 있어 알고 봤을 때 흥미는 물론 유익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가가 아는 것이 참 많구나, 싶기도 하고 이 방대한 내용을 이스터 에그화하여 한 편의 작품으로 엮어내었다는 것에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독자로써 아쉬운 부분을 찾는다면, 공교하게도 꽁꽁 감춰둔 이스터 에그가 아닐까 싶다. 작가만큼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는 독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미심장한 이스터에그는 SF의 입덕(?)장벽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러한 세계관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싸맬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열세 번째> 단편에 이스터 에그에 대한 설명이 보충되어 있기에 이러한 부분을 나름 충족해 주었다 생각하는 바이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몇몇 단편이 장편화되었을 때가 기대되어서다. 이 단편을 읽고 드는 궁금증과 흥미로움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장편! 그런 이산화 작가의 장편이 나온다면 읽을 의향이 있다. 만약 이 열두 가지 속 단편을 장편화한다면 읻다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

* 본 도서는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 2기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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