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파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최민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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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부쩍 남녀 간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는 건 나만 느끼고 있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남자와 여자가 정치계의 진보와 보수 세력처럼 둘로 나뉘어 서로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온라인 공간을 둘러보면 성차별에 근거한 단어들이 종종 보인다. 그런 말들은 어느새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고,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비하하며 동시에 자신이 속한 그룹 속에서 그들끼리 결속을 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차별을 받고 있다. 옛날부터 그랬다. 유교가 보급된 후 조선의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고, 여성은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것이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여성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채택한 현대사회에서는 차별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평등하다. 그러니 그동안 소외받던 여성들도 당당하게 나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후반에 수정된 계명 중 하나처럼, '어떤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욱 평등한' 사회다. 신분제는 이미 오래전에 폐지되었는데도 아직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 분명 남자와 여자는 생리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를 이용해 남성이 여성의 우위에 서려는 것은 양반이 신분제를 이용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수탈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양반이라는 지위도 따지고 보면 태어날 때부터 얻게 되는 천부적인 것이니 결국 둘은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왜 신분제를 과거의 악습이라 비난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현대 사회에 만연해있는 성차별에는 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소설 속 폭스파이어 멤버들이 렉시가 데려온 흑인 아이들에게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장면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10대 소녀이지만 내가 알던 10대 소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적어도 나에게 10대 소녀란 <빨간머리 앤>의 앤,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애벗처럼 곱고 맑은 성품을 가진 순수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10대 소녀들이 이 소설 속에선 과격한 욕설을 기본으로 입에 달고 다니며, 마약을 하고 범죄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성희롱을 당하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선생님의 차에 낙서를 한 것뿐이었지만, 소녀들은 점점 과격해진다. 이렇게 소녀들을 악의 영역으로 내 몬 것에 대한 책임은 사회에도 있지 않을까. 폭스파이어 멤버들의 비행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부조리에 대한 그녀들의 복수와 심판은 왠지 통쾌하다.


    비속어가 정제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나와있어서 현실감이 있었지만, 한국인들에게 맞지 않는 영어식 호흡을 따라가며 읽으려니 어려웠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했다. 이야기 자체는 흡입력이 있었지만 단숨에 읽기는 어려웠다. 내 독서 방식이 이런 소설과는 잘 맞지 않는 건지, 아니면 번역에 문제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아쉬웠다.


원문 - http://blog.naver.com/jinnyride/221076396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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