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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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구혜선이 연예인을 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구혜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구혜선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영화도 찍는다. 어느 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연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에게 존재감을 드러냈을 것이다.


사실 구혜선이 책을 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태껏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에세이 <너는 나의 반려동물>를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구혜선에게 반려동물이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는데 책 제목을 보니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다.


제목이 '너는 나의 반려동물'이 아닌,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제목일 수도 있다. 만약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말을 인간에게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 제목이 저자 구혜선이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인간이 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지만 이 책에선 시점이 뒤바뀐 것이다. 인간과 동물을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 책은 시적인 글귀와 감성적인 사진이 담긴 포토 에세이이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사진도 보기 좋았지만 마음에 드는 글도 많았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너는 너무 늙어 있었다. 그리고 나도.

p.17 (어느 날)

바쁘게 일하던 구혜선이 어느날 문득 나이를 많이 먹은 반려동물을 보며 쓴 글이 아닐까 싶다.


일에 치여 정신 없이 살다보면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잊기도 한다. 그렇게 오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이들이 많이 늙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책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을 잘 보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너와 나의 남은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시간이 불안하다.

p.30 (불안)

누구나 하는 고민이 아닐까. 삶의 유한성에 대한 고뇌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아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일. 동물은 어떨지 궁금하다. 매 끼니마다 밥을 챙겨주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주인과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때론 모든 문제의 원인이 죽음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물은 순수하다. 인간처럼 복잡한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동물은 어리석고 단순해보일 수 있겠지만 이 단순함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싶다. 인간관계와 사회 문제 등 복잡한 것들을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왜 굳이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즐기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인간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를 짓밟고 뭉개버린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는 일도 많다. 그러나 동물은 한결 같다. 동물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이유를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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