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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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울앞에서너무많은시간을보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들이 자신이 외모를 가꾸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던 때를 기억한다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기억한다. 내가 처음으로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친구가 "아파보이니 이거 좀 바르고 다녀라"라고 하며 틴트를 선물로 줬을 때였다. 그때부터 나는 학교에서 틴트를 바르고 다녔고 여러 화장품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화장품 때문에 서랍이 꽉 차고 매달 돈이 나가도 상관없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꽤나 만족스럽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탈코르셋'을 처음 접했을 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아침 수업이 있어도 차라리 지각을 했지 화장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며, 머리는 거의 쇄골을 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탈코르셋이 화두가 되니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포기하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이때까지 내가 치장한 나날들은 뭔데?' '화장은 그냥 내 취미인 뿐인걸?' '화장을 지우면 못생겨진단 말이야.' 탈코르셋은 이때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흔드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후련하다. 화장품은 정말 최소한만 남기고 다른 파우치나 서랍속에 묵어 있는 립 제품과 섀도우 20~30개 가량을 버리고 머리를 잘랐다. 친구한테 코덕 소리를 듣고, 내가 무슨 톤인지 따져가며 제품을 사고, 매달 새로 나오는 화장품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신경쓰지 않는다. 꾸미는 데 신경을 덜 쓰게 되니 남는 시간에 온전히 나에 대해 신경을 쏟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데에 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정말로 자신을 꾸며서 예뻐지는 게 권력일까? 꾸미는 게 정말 내가 원해서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거나 외모강박, 탈코르셋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또는 다른 페미니즘 책 한 권이라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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