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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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옥상에서만나요

-이혼세일 

 

제목은 이혼세일이지만 이혼으로 물건을 처분하는 장면은 한두 장 정도일 뿐, 나머지는 거의 이재의 독특함을 표현하는 데 치중되어 있다. 이처럼 이재는 소설의 대부분을 채워야 할 만큼 독특하다. 특유의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고 친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이재. 그런 이재는 이혼을 결심한다.

 

 

<이혼세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장아찌를 먹는 부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각이나 촉각 등 감각에 대한 것이 나오거나, 감각으로 사람의 성격을 대리 설명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귤이나 모과 같은 과일이 나오면 내 코에서도 그 향들이 감도는 것같아서 좋고, 감각은 그 어떤 서술보다 대상을 설명하기에 쉽고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경윤이 이재에게 장아찌를 받는 것으로 끝맺어서 정말 좋았다. 감각이라는 것은 의외로 인상적이라서 초반에 어떤 감각적인 게 나오면 마지막도 그와 동일한 감각이 나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설 후반부에 이재가 이혼하고 머리를 자르고 카라반을 타고 떠나는 것이 어찌 보면 이재의 각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선 기혼자들이 자신의 힘듦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남편이 회사 동료를 성폭행해도 이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말없이 떠나는 것이라는 게 너무나도 슬펐다.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면, 주인공들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안타까워질 수밖에 없나 보다. 주인공들의 담담함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다른 주인공들도 이재처럼 얼른 결혼이라는 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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