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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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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라시 리츠토가 현역 사법 수습생 시절에 쓴 소설이며 만장일치로 제62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미스테리가 읽고싶다”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 소설은 만화화되고 영화화되었으니 여러 차례 대중적인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법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한 의도에 걸맞게 소설은 더할나위 없이 재미있다. 또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게 형법을 고른 것도 잘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형법에서는 반드시 우선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면서 적용된다. 그리고 그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이 탐정과 흡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로스쿨 재학 시절에 형법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다. 흥미와는 별개로 책임과 죄질이 민사법에 비해 엄중한만큼 더 의심할 나위없는 증거가 요구되고, 소송할 때 절차 또한 인권이 해쳐지지 않는 않는 선에서 제대로 지켜져야 되며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도 본인의 시선이나 개인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게 오직 논리와 증거 기반으로 재판을 해야하는 신중함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형법 외에 추가적으로 증거법, 형사소송법이 요구되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죄를 지어도 혐의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𝘴𝘵𝘳𝘶𝘤𝘵𝘶𝘳𝘦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로스쿨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고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2부는 무고게임에서 파생된 미스테리한 사건의 전말을 푸는 전개를 보여준다. 전개 내내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지루함이나 늘어짐이 없다. 또한, 조금이라도 생소할 것 같은 법적 개념은 친절하게 여백에 설명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굳이) 길게 설명하기까지 한다. 마치 로스쿨 1학년생들의 소크라테스식 토론처럼 말이다. 어느 법적 개념이 있으면 그걸 질문하는 사람이 하나 있고 그걸 대답하는 천재 & 모범생 학생이 있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전문 지식 하나 없이도 접근하기 용이하다 느꼈다.

𝘴𝘶𝘮𝘮𝘢𝘳𝘺

하위권 로스쿨 호토 대학에는 학생들 간의 갈등을 자체적으로 재판하여 해결하는 ‘무고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모의 재판과 다른 점은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우, 거꾸로 게임을 신청한 피해자/원고가 벌을 판사 역을 하는 학생이 정한 벌을 받는다.

오랜 소꿉친구 사이인 구가 기요요시와 오리모토 미레이는 변호사를 꿈꾸며 호토대학교에서 몇 안되는 사법고시를 합격할 우등생으로써 학교 생활을 조용히 하지만 어느 날, 의문의 사람으로부터 과거를 폭로당하면서 협박을 당하기 시작한다.

과연 누가 주인공들의 과거를 폭로하는 건지, 폭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죄에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으며 어디까지 처벌되어야 하는지, 범죄자를 처벌할 권한은 누가 쥐어야만 하는 건지, 법이 아닌 다른 타개 수단이 있는지, 이 많은 질문을 작가는 소설의 형태로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풀어나간다.

𝘱𝘦𝘳𝘴𝘰𝘯𝘢𝘭 𝘵𝘩𝘰𝘶𝘨𝘩𝘵

소설 뒤로 갈수록 안타까움과 갑갑함과 뭔지 모를 감정에 가슴이 메여오는 걸 느꼈다. 우리는 공부를 하는 원인으로 “앞으로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라는 말을 많이 듣고는 한다. 그 말을 하면서 그 속뜻을 어디까지 이해하는지는 몰라도,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삶,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삶을 가까이서 보는 건 참담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읽는 내내 참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건가 계속 스스로 되물었다. 주인공들이 참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수업 시간에 저소득층일 수록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밖에 없는 데에 비해 그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던 형사소송법 교수님도 언뜻 생각났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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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하여 -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정책 과제의 발자취와 전망
최성우 지음 / 지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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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최근에 SF 소설은 열심히 읽으면서 막상 정통 과학에 관한 글을 읽은 지 오래 되었기에 이 책을 읽어보며 지식을 업데이트 하고 싶었다. 뉴스에 간간히 보이는 요소수 대란이나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여 공장이 멈췄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면서도 막상 그에 관한 지식이 없어 완전히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슬퍼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더 배우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대기업 연구원을 거쳐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저자는, 연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여러 언론사와 매체에 과학을 알리는 것은 물론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도 관여해왔다. 그래서인지 글에서 쉬이 가늠하기 어려운 지식의 깊이가 느껴진다

인상 깊은 내용 & 과학 기술이 현 시점 중요한 이유

지난 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포함한 국내 과학 관련 단체 다섯 군데에서 “새 정부 국정 철학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워주십시오’ 라는 호소문을 통해 과학기술 관련 수석비서관 설치를 호소했다. 전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은 수석비서관 급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과학기술 중심국가’를 제시한 새로운 정부의 메시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과학 기술에 기반한 전문성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에너지 법규 정책 수업을 들을 때 한 분은 정부에서 일하시는 분이고 한 분은 과학계열 전문가 분이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수업을 가르치면서도 적어도 에너지 관련된 규제를 설득시키고 싶으면 그 전문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무작위로 골라 당장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보관되고 송출되는지에 대해서 일어나서 설명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겁도 없이 그 수업을 들었던 나는 졸지에 밤새 전기, 배터리, 반도체 등의 복잡한 도표들을 진땀 빼며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는 기초과학, 우주개발, 소재부품, 제4차 산업혁명, 감염병, 탄소중립이라는 6가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 분야로서 과학기술인력, 행정체계, 법령제도, 과학대중화라는 4가지 요소를 더해 적혀졌다.

비록 과학 분야의 실태에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에 대한 부족한 재정적 지원이나 부족한 과학에 대한 대중성으로 인해 여과 없이 언론에 흩뿌려지는 잘못된 과학 정보들을 보며 이전에 읽었던 김준 작가님의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가 생각이 났다. 생물학계에서 순수한 열정을 태우며 연구에 집중하기엔 충분한 환경과 인센티브, 재정적 지원이 가혹할 만큼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같은 문제점을 짚으며 그게 곧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 이공계 인재들의 해외로 유출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며 저자는 염려한다.

문제는 터지고 나면, tipping point 를 넘어가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손실을 일으킨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 흐름을 보며 미리 대비하며 큰 흐름에 도태되거나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과학계에 대한 관심 및 잘못된 규제들로 인해 더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사회적 문제들을 비교적 쉽게 풀어가며 조목조목 새정부에 대한 과학계의 새로운 시선을 요구한다. 이 책을 포함해서 SF 열풍이 부는 만큼 과학에 대한 책도 더 많이 나오고 대중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를 기대한다. 그로 인해 새롭게 펼쳐질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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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열 번의 대화
브루스 D. 페리.오프라 윈프리 지음, 정지인 옮김 / 부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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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하는 행동들,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과거들 그 모든 것들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다른 시선을 던져주면 그걸로도 정말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아 성찰에 들어가는 것도 치유의 방법 중 하나지만, 외부에서 과학적인 설명과 덧붙여 객관화 시켜주는 것도 효과적인 위로법 중의 하나라는 것도 알았다. 현재 내가 맺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간의 관계, 나도 모르게 하는 나의 습관, 내가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해 또 다른 의문점과 초점을 제공해줬기에 고마운 책이다.

저는 여전히 깊은 스트레스 지점들에 반응하는 자신을 느끼지만, 지금 제게는 그 상황을 이해하고, 거기서 한발 물러나 제가 느끼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 그 두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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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성격 상담소 -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인생이 힘든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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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스해졌다. 슬픔도 기쁨도 같은 곳에서 나오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얻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 부딪히라며 용기를 주는 책이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다독인다. 절망보다는 희망에 경쟁보다는 협력과 화합에 초점을 맞춘다. 철학서인데, 따뜻한 철학서이다. 세상은 역시 살기 괜찮아!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람에 관한 설명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를테면 대인관계 같은 인생의 난제에서 도망치려 는 마음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감정을 인생의 과제에서 도망치려는 결심의 버팀목 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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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들의 비밀 공부법 - 스스로 학습하고 열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비밀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전리오 옮김 / 퍼블리온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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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마무리에 나오는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보며 #하루하루가이별의날 이 떠올랐다. 책 제목의 “공부법”이라는 말만 보고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여러 번 들락거렸던 ‘공부의 신’ 수기 게시판이나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쓴 소리’ 영상들도 떠오를 수 있지만 이 책은 시험을 잘 칠 수 있는 기술이나 요령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배움 그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서술한다. 고로 흔한 공부 수기보다는 다이나믹한 전기를 읽는 느낌을 준다.

비유와 예시가 많아서 읽으면서 신났다. 나와 사고 회로가 비슷한 작가 같다. 뒤죽박죽.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밌는. 목표를 정확히 설계해두고 착착 걸어가는 사람이 있고 그 길을 걷다가 지루해지면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그 빠져버린 샛길에서 또 새로운 배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그 여정 자체를 즐기고 그 여정 끝에 도달한 도착지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작가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목표를 한 곳에 두고 경주마처럼 시선을 좁히면, 그 결과와 계획된 여정에서 벗어난 모든 것은 실패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건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일 수도, 배움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결국 이건 공부의 방법도 방법이지만 외부적인 영향으로만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끝이 정해져 있고 끝까지 가는 사람들은 내부적인 동기와 열정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력의 원천이다. 거대한 바람 그리고 잔잔한 바다는 배를 수월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해주겠지만, 스스로 태우는 엔진을 장착한 배를 장기적으로는 이길 수 없고 이 작가가 말하는 “캐리비안 해적단”들은 내면적으로 끊임없는 심적 엔진을 돌리며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용기를 가진 자들이다.

보수적이고 완벽에 강박을 느끼는 내게 위로처럼 다가온 책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며, 배움은 도처에 깔려있다는 걸 알게 해줬기에.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것 같을 때 곁에 두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 공부법도 법이지만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배움이란 교대 순환과 혼란스러움을 통해 방랑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생각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 P149

진짜 용맹한 해적이라면 얼굴에 상처가 많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뛰어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이것이 나의 자존감을 더욱 키우는 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거듭해서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에 대한 비판은 나에게 주는 선물인셈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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