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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음, 이진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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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겨울 팔레트가 싱그러운 봄의 초록빛에 밀려나면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의 문턱을 넘어섰다.

≪산토끼 키우기≫는 작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고요한 감정적 파장에 관한 책이다.

"나는 때때로 침실로 올라가 녀석을 안아들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풀밭에 놓아주곤 했다. 그래야만 산토끼다운 산토끼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문장이 내 안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어린 시절, 나도 작은 새끼토끼를 키웠었다. 그때는 어려서 토끼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그 작은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오랫동안 그 기억을 죄책감으로 덮어두고 외면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조금은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토끼를 사랑했고, 그 토끼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나의 걱정과 배려, 그 모든 것들을 다시 기억해냈다.

"단지 너무 작고 저항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인간이 함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싫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사랑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할 것 같은 걸 해주는 것이라는 깨달음. 그건 비단 동물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사실이였다.

"장화가 진흙탕에서 질적거렸고 머리 생기 없는 나무들도 내가 하는 생각들보다 더 우울하진 않았다. 나의 삶이 서서히 느려지다가 이제는 신의 물처럼 가늘게 졸졸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참했다"는 구절은 한창 바쁘게 달려오다 외부적 환경 때문에 멈춰 서야 했던 순간들의 심리를 포착했다. 저자의 문장들은 섬세했고, 예술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솔직했기에 와닿았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계절이 지나가듯 산토끼의 색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힘이 세어진 태양이 대지를 말리고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색의 대비가 더욱 날카로워질 때, 산토끼의 색도 달라졌다. 그 변화는 단순한 색의 변화가 아니라, 생명이 시간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앞으로 모든 주변의 생명체를 사랑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주변의 작은 생명들이 보내는 신호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살아가기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기로 생각했다.

≪산토끼 키우기≫는 작은 산토끼 한 마리가 가져다준 치유와 성찰의 기록이었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오래된 죄책감과 화해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여파는 생각보다 크고,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이 책이 훌륭히 증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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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라는 중독 -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토머스 커런 지음, 김문주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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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을 말해보라는 면접 질문에서 '완벽주의'라는 답변을 내놓으며 개인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내심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저자는 대중들이 완벽주의에 가지고 있는 너그러운 시선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 4만개가 넘는 데이터로 축척된 결론을 통해 런던의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완벽주의가 실은 얼마나 중독적으로 개인과 사회를 파괴적인 정서로 이끄는지 다각도로 설명한다. 책 전반적으로 용기있게 서술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이 있어 깊게 몰입하고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왜곡된 믿음이 여러번 부서진듯한 경험을 했다.
올해 읽은 논픽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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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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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작가가 다섯개의 디저트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인데 어느 것하나 예상 안에 들어오는 소설이 없었기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 형식을 뛰어넘는 소설의 전개가 재미있었고 다양한 시도들이 신선했다. 누구나 겪는 경험이고 담아내기 어려운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 평온한 소설부터 기상천외한 소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설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된 작가님들도 있었기에 그것도 만족스러웠다.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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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2 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2
이종운.지현정 지음 / 시도하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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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관계 속에서 나는 주변에 넘어진 사람을 향해 응원과 위로의 손길을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야 정말 넘어져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얻었다. 스스로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도 내가 넘어질 때 주변에서 지지와 응원을 했을 때 나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넘어지더라도 잠시 기력을 회복할 안전기지가 있다면 일어나고, 또 그 속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오몽이 옆의 트라처럼 넘어진 사람들을 향해 비난과 손가락질 대신 이해와 수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스로 넘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넘어진 타인을 보고서도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의 시선을 줄 때야 사회가 비로소 넘어져도 괜찮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세워둔 각박한 잣대를 치우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사는 태도를 지녀야겠다 생각했다. 실수를 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미 본인이 가장 속상할 사람에게 함부로 혹독한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도록, 과거의 실수를 굳이 계속 언급하며 용서해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양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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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여름 햇살처럼 - 시대를 건너 우리에게 온 여성들의 입체적인 이야기들
백세희 엮고 옮김 / 저녁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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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로 유명한 백세희 작가가 직접 고른 고전 문학 속 여성 서사를 담은 글귀를 엮은 책이다. 오랜 시간 이전에 여성 작가들의 진심을 눌러 담은 문장들을 하나 씩 읽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해져 들려오는 응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책은 총 네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다룬다. 주로 <제인에어> <작은 아씨들> <빨간머리 앤>에서 발췌하였다. 이 파트를 읽으며 느낀 점은 작가가 골라낸 여성의 우정은 주로 당시 사회에서 이상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여성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었다.

글을 읽다 보면 그 시대상을 맞추기 위해 본인의 열정과 사회와의 타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그냥 하나 밖에 없는 인생인데 너무 주변 살피면서 살지 말고 조금 더 용기내서 하고 싶은 건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내가 건네는 바람이 어쩌면 미래의 후손이 내게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가라 앉기를 반복했다.
여름 끝자락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다 읽을 즘에는 가을이 왔다. 아마 올해 읽는 마지막 여름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포함하여 많은 용기를 준 책들 덕분에 힘들 수 있었던 계절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한 줄 여름같은 희망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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