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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
신용우 지음 / 산수야 / 2008년 12월
평점 :
천추태후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지극히 짧다.
“ 고려시대 경종의 왕후이자 목종의 모후,
천추궁에서 섭정하며 권력을 움켜쥔 여인,
그리고 김치양과의 불륜을 통해 낳은 아이로 전복을 꿈꾼 요부.”
궁금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역사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천추태후의 생과 죽음은 이 책과는 어떻게 다를까?
더욱 궁금해진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그녀의 모습을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단지 기품 있으면서 비범하고 미색까지 갖춘 여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품 있으면서 비범하고 미색까지 갖춘 여인의 모습은 어떠할까? 드라마에서는 채시라가 약간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씩씩하게 나오던데....
용맹하고 활쏘기, 말타기까지 잘 해내는 이 여인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무엇을 꿈꾸었을까? 그녀는 왜 김치양과 함께 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작가는 ‘고구려의 고토 수복을 꿈꾼 당대의 최고 여걸’ 이라 표현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이 별로 없는 것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해내는 이야기는 진실처럼 다가온다. 허허
<고려도경>을 보면 고려 시대는 여성의 위상이 남성과 동등 했다고 한다. 또한 재혼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족내혼도 허락되는 세상..
그 당시의 사람들의 문화와 조선의 문화, 현재의 문화는 계속 바뀌고 있다. 진실이라 여겼던 것,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당시에 인재라 추앙을 받았을지라도 조선의 유교적 이념에는 맞지 않아 요부로 추락한 그녀의 천추의 한은 1000년 후인 2009년에 이르러 재평가 받는다.
엄마로서의 그녀의 삶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아들 목종(개령군)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아들을 잘 보필하고자 노력한 어머니의 모습이라 평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모자간의 사랑이 눈물겹다.
태후라는 자리에 선 그녀의 삶은? 고구려의 기백을 가슴에 안고 요동땅을 차지하겠다는 꿈을 가진 여인. 큰 포부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이 얼마나 행복한가! 자신이 펼치고자 했던 그 길이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불사한 여인. 거란의 왕과 오누이를 맺는 큰 담대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김치양과의 사랑을 나눈 그녀의 삶은? 불륜이라고 평할 수 없다. 성종이 죽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함께 했고, 그래서 간통이라는 죄목을 씌고 추락했다. 불쌍한 여인이다. 정치에 권력에, 그녀의 삶은 허망했다.
세상이 그녀를 다시 불러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 시대의 여인을 통해 우리의 역사관, 국가관을 북방으로 넓혀보고자 함인가! 아님 국가들의 대립과 국가 내부의 정치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큰 눈을 선물하기 위함인가! 역사 평가에 대한 의문제기인가! 이 책 덕분에 몰랐던 고려의 인물을 한명 더 알게 되어 반갑다. 드라마를 보기 전 꼭 한번 읽어 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