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 2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책은 글을 읽는 내내 직녀라는 고2 여학생 대해 상상하게 하였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아이..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 혹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적이 있어 잠시 동경했던 아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이 보여도 여러 생각으로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는 아이... 자신의 나름대로 시선으로(가끔은 더 자세하고 바르게 직시하는) 세상을 만나는 아이.. 이런 아이가 바로 직녀이다.

  이런 직녀의 눈으로 주변 인물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훑는다. 거침없이. 천연덕스럽게. 직녀의 눈은 청소년들이 세상 어른들에 대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아닐까? 어른들의 눈이 꼭 진실은 아니라고...삐뚤어진 청소년들도 세상을 보는 눈은 있다고 이게 일부 어른들 책임이라고.. 이들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정수는 전아리라는 대학생 작가의 문체와 어휘력이라 생각된다. 오감을 자극해 상상력을 최대한 불러 오는 그녀의 능력은 내 입맛에 딱 이다.

창문 너머로 들어온 아침볕이 민들레 씨앗처럼 살갗에 들러붙는다.

주임 선생의 독한 스킨 냄새와 오래된 교실의 퀴퀴한 곰팡이 내가 한데 어우러져 팔씨름을 하고 있는 듯한 냄새.

얼얼하고 시큰한 통증이 정수리를 타고 코뼈위로 미끄러져 턱을 진동시킨다.

솜털 돋은 개 복숭아 같은 1학년 후배들, 농익은 여드름처럼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3학년 선배들.

성적표를 내밀자 엄마의 얼굴이 상어등짝처럼 푸르뎅뎅한 빛깔로 굳는다. 어둠과 비슷한 빛깔이지만 좀 더 윤기를 머금은 짙은 빛이다.

곤히 잠든 여자의 숨소리가 미지근한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되어 거실을 유영한다.

얄미움을 애정으로 변환 시키는 데는 보름쯤의 시간과 몇 그램의 자신감이면 충분하다.

민정이는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을 향해 거울을 들이미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기..

철봉위로 바람 한 점이 빨래처럼 걸려 흔들거린다.

불행의 블랙홀이 끔찍한 흡인력으로 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남자애의 몸에서 풀잎 냄새가 난다. 바람결에 우주로 날아가 조용히 떠다니고 있는 풀 냄새. 옷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우주를 날다가 별똥별에 이마를 찧고서 잠시 308호 베란다에 떨어진 피터팬.

그녀는 밍숭한 입맛으로 자신이 보는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낸다.

“적당히 거리를 둔 평행관계가 좋은 거야. 두개의 선이 어느 점에서 만나 버리고 나면, 그 뒤로 남는 건 멀어지는 일밖에 없어.” - 선과 선이 한 번 맞물리고 나면 그 뒤로는 계속 멀어지기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둘 중 한 개의 선이 몸을 구부려 곡선이 되기만 하면 다시 만나는 것쯤은 별거 아닐 텐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똑같다. 샌님처럼 앉아 문제집에 코를 박고 종이 냄새를 빨아들이는 따위의 행동을 어찌 값진 노동에 비교 할 수 있단 말인가.

오해를 하고도 도통 사과 할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신물이 났다.

늪지대 같은 집을 떠나 해적처럼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빠는 몰래 용돈을 쥐어주면서, 제대로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기 전에 둥지를 나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오만을 품기에 앞서서,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타인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더러 삶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며 살라는 세상의 암시가 아닐까?

"넌 커서 뭐 될래? 넌 대체 왜 그러니?" 등등 그러나 정작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너는 누구니?" 라는 질문을 건네는 사람은 없다. 본인들이 묻고 싶은 질문만 툭툭 던지고는, 그 답이 자신들이 지닌 모범답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가름 한다.

웃어라, 한번도 울어보지 않은 것처럼

사람에겐 두 손이 있잖아. 한 손으로는 현실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꿈을 잡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어차피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엑스트라인 거니까.

직녀는 오늘 힘겹게 살아가는 어른들과 청소년들에게 한 잔의 시원한 음료를 제공했다. 음료를 만끽한 기분은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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